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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해사 괘불탱, 얇고 투명한 특수 비단 위에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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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해사 괘불탱, 얇고 투명한 특수 비단 위에 그렸다”

입력
2020.03.26 12:10
수정
2020.03.26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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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직물인 특수 비단 '초'를 바탕재로 사용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보물 제1270호 은해사 괘불탱. 문화재청 제공
고급 직물인 특수 비단 '초'를 바탕재로 사용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보물 제1270호 은해사 괘불탱. 문화재청 제공

경북 영천 은해사의 괘불탱이 얇고 투명한 특수 비단 위에 그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재청은 2015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10년 기한의 ‘대형 불화 정밀 조사’ 작업 중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지난해 조사 대상이 된 대형 불화는 △청곡사 영산회 괘불탱(국보 제302호) △법주사 괘불탱(보물 제1259호) △개심사 영산회 괘불탱(보물 제1264호) △은해사 괘불탱(보물 제1270호) △예천 용문사 영산회 괘불탱(보물 제1445호) △안동 봉정사 영산회 괘불도(보물 제1642호) △김천 계림사 괘불도(비지정) 등 7건이다.

괘불도ㆍ괘불탱은 영산재(靈山齋)와 수륙재(水陸齋) 등 야외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불교 의식에 쓰려고 만든 대형 불화를 이르는 말이다.

조사 결과, 18세기 괘불탱 중 유일하게 은해사 괘불탱의 바탕재로 특수 비단인 ‘초(綃)’가 쓰였다는 사실이 파악됐다. 초는 누에고치에서 뽑힌 가늘고 굵기가 비교적 일정한 비단 직물인데 얇고 투명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선시대 임금 초상화인 어진(御眞)에 사용될 정도로 고급 직물이다.

반면 19세기에 제작된 계림사 괘불도의 경우 바탕재가 종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수희 문화재청 연구관은 “후기로 갈수록 괘불도가 양산되면서 재료의 질도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비단 바탕재가 기본이었지만 초 같은 고급재가 쓰이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고 마(麻)나 모시 같은 일반 옷감, 훼손되기 쉬운 종이가 바탕이 되는 경우도 더러 생겨났다”고 말했다.

화면 장식에 은박이 사용된 보물 제1445호 용문사 영산회 괘불탱. 문화재청 제공
화면 장식에 은박이 사용된 보물 제1445호 용문사 영산회 괘불탱. 문화재청 제공

용문사 괘불탱의 은박도 특이하다. 괘불도에 금박이 사용된 사례는 많지만, 은박은 북장사 영산회 괘불탱(보물 제1278호)이 지금껏 유일했다. 용문사 괘불도에서 은박이 사용된 곳은 석가모니불 주변에 배치한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의 장신구 부분이다. 은박 좌우로 금박도 보인다. 대비 효과를 기대했을 거라는 설명이다.

이 밖에 법주사 괘불탱에 남아 있는 유소(流蘇ㆍ여러 실로 매듭짓고 꼬아서 다는 장식)로 괘불도에 장엄물을 걸었던 흔적이 확인한 것도 이번 조사의 성과라는 게 문화재청 측 평가다.

문화재청은 “자외선ㆍ가시광선 반사 분광 분석을 이용한 염색 재료 분석 및 보존 환경 개선 목적의 미생물 조사 등 새로운 분석 기법을 썼고, 이 내용이 고스란히 보고서에 담겼다”고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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