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는 학계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인 대한감염학회의 이사장이 의료진들이 지쳤으니 이제라도 외국인 입국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26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백경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이제라도 외국인의 입국금지를 해주길 바란다” 며 “(외국인들이) 일부러 치료받으러 국내에 들어온다고 하기도 (한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백 이사장은 이어서 “우리 국민 치료도 힘들고, 의료진도 지쳤습니다”라면서 “외국인까지 치료해주고 있을 정도로 일선 여력이 남아 있지 않아요.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한국 다 막았어요 정부에서 주장하는 상호주의에 입각해서 금지”라고 썼다.
신종 코로나 유행 초기부터 중국 등 위험지역으로부터의 국내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은 꾸준히 있었다. 대한감염학회를 비롯해 대한의사협회 등으로부터 최소한 기준선을 정해 환자가 일정 수준 이상 발생한 지역에서의 입국은 금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나왔다.
실제로 해외에서 감염자가 국내로 들어오는 사례는 계속 늘고 있다. 26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조사가 완료된 해외 유입 사례는 284명이며 이 가운데 31명(10%)는 외국인이다. 전날 하루 동안 새롭게 보고된 확진환자(104명) 가운데 검역에서 포착된 경우는 30명이다.
그러나 보건당국은 입국금지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미 유럽에서 들어오는 모든 외국인에 대해서 확진검사를 시행하는 강도 높은 검역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으로부터 들어오는 입국자에 대해서는 증상이 없더라도 14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현재 미국과 유럽의 인구 10만명당 환자 발생률이 중국 후베이성으로부터의 입국을 금지할 당시에 중국 후베이성 수치보다 높으니 추가 조치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권준욱 중대본 부본부장은 “이탈리아 등은 수치상으로 환자 발생 수가 후베이성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사망률 등으로 미뤄볼 때 환자 발견 규모는 (입국금지 당시의) 후베이성보다 상당히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유럽에 대해서 후베이성(에 취했던 조치보다는) 낮지만 중국 다른 지역보다는 훨씬 강화된 검역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권 부본부장은 “미주의 경우는 전체 (입국자) 규모가 유럽보다 많이 들어오고 있고 (입국자 중 확진환자 비율도) 상당히 빠르게 증가되고 있는 것이어서 앞으로 발생 추이를 보고 유럽 수준의 입국자 관리를 시행할지를 결정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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