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이 중국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 사용을 중단키로 했다. 확진자가 6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한 만큼 진단을 서둘러 환자를 가려내야 하지만 중국산 진단키트의 정확도가 30% 미만이었기 때문이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시정부는 26일(현지시간) 중국 광둥성 선전의 바이오이지테크놀로지에서 수입한 코로나19 진단키트 사용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현지 일간 엘 파이스가 보도했다. 앞서 이 업체로부터 진단키트 34만개를 수입했던 스페인 보건부는 현재 제품 교체를 요구한 상태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 25일 중국으로부터 4억3,200만유로(약 5,700억원) 상당의 의료용품을 구매했다. 마스크 5억5,000만개, 인공호흡기 950대 등과 함께 바이오이지테크 제품 34만개를 포함한 진단키트 550만개 등이다. 마드리드시정부는 우선 배정받은 바이오이지테크 제품 9,000개를 시내 병원 4곳에 보급했고 최근까지 8,000개가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진단키트의 신뢰도 논란은 25일 오후부터 시작됐다. 이날 하루에만 사망자가 738명이나 늘면서 보건당국이 스페인감염병학회(SEIMC)에 의뢰해 중국산 진단키트의 민감도를 측정한 결과 정확도가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스페인 정부는 중국 언론이 ‘15분만에 결과를 알 수 있는 진단키트가 개발됐다’고 보도한 물품을 주문했지만 실제 수입품은 다른 제품이었다. 다른 현지 매체 엘 문도는 중국산 검사키트를 직접 사용했던 마드리드 보건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너무 많은 거짓 음성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중국은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스페인 주재 중국대사관 측은 “스페인에 보낸 제조사 목록에 문제의 바이오이지테크는 없다”고 해명했다.
스페인 내에선 ‘불량 제품’을 들여온 정부를 향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페르난도 시몬 스페인 보건 경보ㆍ비상센터장은 “문제의 중국산 진단키트가 유럽 품질인증(CE)을 받았는지 제대로 표시도 안 돼 있고 국내에서 어떻게 유통되는지 배급망조차 파악되지 않은다”고 지적했다. 제1야당인 국민당의 파블로 카사도 대표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제대로 작동하지도 않는 중국산 진단키트를 어떻게 수입하게 됐는지를 밝혀야 한다”고 비판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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