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집단감염 발생ㆍ감염경로 불명 확진자 증가 
 아베 “도시 봉쇄하면 경제에 심대한 영향” 우려 
 꽃놀이 인파 막기 위해 도쿄 공원 3곳 출입금지 
 이날 도쿄 40명 포함 전국서 102명 확진자 발생 
 한국發 입국 제한 연장한 날 공항 방역에 ‘구멍’ 
일본 도쿄도가 지역민들에게 외출 자제를 요청한 가운데 26일 저녁 벚꽃으로 유명한 나카메구로강 주변에서 시민들이 꽃구경을 즐기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애써 외면해온 일본에서 뒤늦게 폭발적 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구 1,400만명의 도쿄도에서만 사흘 새 120명 이상의 감염이 확인됐고, 중앙ㆍ지방정부가 외출 자제 요청 등으로 긴장의 끈을 조이면서다. 특히 도쿄에선 병원 내 집단감염과 감염경로 불명 사례가 잇따르면서 팬데믹 영향권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27일 일본 매체들에 따르면 도쿄 신주쿠구와 다이토구에서 각각 병원 내 집단감염이 확인됐다. 매일 외래환자 1,000여명이 방문하는 다이토구의 한 대형병원에선 여성 직원이 지난 21일 거주지(이바라키현)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26일까지 25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26일 신주쿠구의 한 종합병원에선 같은 병실을 쓰던 4명이 한꺼번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 중엔 집단감염이 발생한 다이토구의 병원에서 무증상 상태로 옮겨온 환자 1명도 포함돼 있었다.

도쿄에선 전날(26일)까지 3월 중 누적 확진자 262명 가운데 감염경로가 확인되지 않은 사례가 절반에 육박한다. 게다가 일본에선 ‘감염→증상 발생→검사 후 보고’까지 평균 2주가 소요된다. 실제 감염자 규모가 확인된 숫자보다 훨씬 클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기존 확진자 중 긴자ㆍ롯본기 등지의 고급 클럽 이용자가 다수 포함돼 있어 젊은이들로 붐비는 신주쿠나 시부야도 집단감염의 온상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7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야당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이에 따라 도쿄에선 경우에 따라 미국ㆍ유럽과 같은 도시 봉쇄가 현실화할 것이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도쿄도는 이날 주말 외출 자제를 재차 당부하면서 요요기공원 등 벚꽃 구경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일부 지역의 통행을 금지했다. 임시휴업을 결정한 백화점ㆍ영화관ㆍ식당 등도 줄을 잇고 있다. 이날 오후 9시 현재 도쿄에서 40명을 포함해 일본 전국에서 총 102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일본에서 하루 확진자 수가 100명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일단 도시 봉쇄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도시 봉쇄가 시행되면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지방정부와의 방역 협력을 강조했다. 하지만 아키에(昭惠) 여사가 연예인들과 벚꽃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비난여론이 커지자 “꽃놀이가 아니라 레스토랑 정원에서 촬영한 것”이라고 해명하는 등 진땀을 뺐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의 허술한 방역망이 재차 도마에 올랐다. 일본은 전날 0시부터 미국발(發) 입국자를 대상으로 2주간 대기, 대중교통 이용 자제 등 입국 제한을 강화했다. 이달 말까지이던 한국ㆍ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기왕의 입국 제한 조치도 한달 연장했다. 하지만 시행 첫 날부터 미국 시카고를 출발해 나리타국제공항에 도착한 전일본공수(ANA) 여객기 탑승 승객과 승무원 92명 전원을 아무 조치 없이 귀가시킨 사실이 드러났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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