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00일 내 인공호흡기 10만개 추가 확보”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27일 오후(미 동부시간) 기준 10만명을 넘어섰다. 사망자도 1,700명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내 코로나19 환자 수가 지난 19일 1만명을 넘긴 뒤 불과 8일만에 10배로 불어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한국전쟁 시절 만들어진 ‘국방물자생산법’을 꺼내들었다.
미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36분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0만3,942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는 1,689명으로 통계가 잡혔다. 미국은 전날 중국과 이탈리아를 제치고 세계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가장 많은 나라로 올라선 데 이어, 이날 10만명 선도 넘어섰다. 이탈리아(8만6,498명)나 중국(8만1,897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미국의 코로나19 환자는 지난 19일 1만명을 넘긴 뒤, 21일 2만명을 돌파했고 이후 22일 3만명, 23일 4만명, 24일 5만명, 25일 6만명, 26일 8만명 등으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 올해 1월 21일 첫 미국 내 코로나19 환자가 나온 뒤 1만명까지는 약 두 달이 걸렸지만, 1만명에서 10만명으로 불어나는 데는 불과 8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코로나19 대처를 위해 ‘국방물자법’ 발동을 공언하고도 이행을 미뤄오던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이날 발동에 나섰다. 1950년대 한국전쟁 시절 만들어진 국방물자법은 국가안보 등에 필요한 핵심 재료와 상품 생산을 민간 기업 등에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보건복지부가 국방물자법에 따라 모든 권한을 사용해 자동차 회사 제너럴모터스(GM)에 인공호흡기 생산을 위한 연방정부와의 계약을 수용, 이행하고 이를 우선순위에 놓도록 지시하는 결정문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의 조치는 미국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한 산소호흡기의 신속한 생산을 돕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오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GM과 포드에 인공호흡기 생산을 명령하는 법안을 두 기업에 발동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 트윗 이후 GM은 인공호흡기 제조업체와 협력, 인디애나주 코코모 공장에 1,000명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포드 역시 이번 주 초 인공호흡기 제조업체와 함께 생산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날 오후 늦게 열린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기자회견에서 트럼프대통령은 “앞으로 100일 안에 우리는 10만개의 추가 인공호흡기를 생산하거나 확보할 것”이라고 공언하면서, 이는 미국 내 연간 생산량의 3배에 달하는 규모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대표적인 매파 보호무역주의자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ㆍ제조업 정책국장을 ‘국방물자법’ 조정관으로 지명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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