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교민 강모(48)씨는 27일 공립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딸(11, 9)을 차에 태워 직접 등교시켰다. 그는 “교사든 학생이든 학부모든 마스크를 쓴 사람은 거의 볼 수 없고, 아이들은 예전처럼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약간 걱정은 돼도 개인적으로 아이들이 학교 가는 걸 선호하고, 교육부 지시대로 철저한 조사 및 통제를 약속한 학교를 믿는다”고 덧붙였다. 학생 자녀를 둔 다른 교민들 얘기도 엇비슷했다.
‘역(逆)발상’이라 불린 싱가포르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23일 개학 강행이 아직 순조로워 보인다. 우리 정부는 개학 연기 여론이 거세자 싱가포르 사례를 참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지 교민들은 “싱가포르와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개학의 의미 △감염 양상 △가정 환경 등 여러 요인을 두루 비교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이번 싱가포르 개학은 오랜 겨울방학 뒤 이뤄진 게 아니다. 4학기 편제인 싱가포르 공립학교 학생들은 1학기(1.2~3.13)에 학교를 다니고 짧은 봄방학처럼 일주일만 쉰 뒤 23일 2학기(3.23~5.29) 개학을 한 것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코로나19 환자가 늘던 기간과 겹치던 1학기에 학교 내 감염자가 없다는 점을 들어 “학교가 더 안전하다”고 강조한다. 일종의 검증을 거쳤다는 얘기다. 반면 코로나19 사태 내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던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걱정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싱가포르의 최근 코로나19 추가 감염자가 지역 감염이 아닌 주로 자국민 입국 조치에 따른 해외 감염이라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29일 기준 확진 환자 802명, 사망 2명으로 액면뿐 아니라 인구비율 감안해도 피해 정도가 우리보다 덜하다. 마지막으로 “싱가포르는 우리보다 맞벌이부부 비율이 월등히 높고 아이들을 맡길 곳도 마땅치 않아 현실적으로 개학을 미루기 어렵다”는 게 교민들 얘기다.
돌발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 개학 이틀 뒤인 25일 싱가포르 한 유치원에서 교직원 중심으로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다행히 원생들은 감염되지 않았지만 현지인 학부모들도 불안해하고 있다. 교민 김모(40)씨는 “대다수 학부모는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만, 일부 학부모는 유치원 사건 이후 아이를 학교에 안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학교 현장에서 예방책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점 역시 문제다. 옹예쿵 교육부 장관이 학생들의 ‘사회적 거리 두기’ 실천이 잘 되고 있다며 관련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띄우자, 현지 학부모가 정반대되는 사진을 올리며 따지기도 했다.
불안과 불만이 커지자 싱가포르 교육부는 보완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당장 다음달부터는 일주일에 하루를 온라인 영상 강의, 문제 풀이 등 재택수업일로 돌린다. 맡길 곳이 영 마땅치 않은 맞벌이 부부는 재택수업 대신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도 있다. 다만 보건 또는 대중교통 같은 필수 업종 종사자에게 우선권이 주어진다. 또 학생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걸 줄이기 위해 하교 시간을 분산하기로 했다.
옹 장관은 학교 현장을 돌며 △시험 대형으로 앉기 △수시로 손 씻고 절대 얼굴 만지지 않기 △소독제로 책걸상 닦기 △매점 바닥에 테이프 붙여 1m가량 거리 확보 △해외 다녀온 가족 있으면 2주간 자가 격리 등을 점검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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