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수지 악화 최대한 줄이려 기존 세출예산 구조조정 방침
차기 국회서 감액 원활치 않으면 ‘빚 부담’ 국채 추가발행 불가피
정부가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1,400만 가구에 긴급재난지원금(이하 재난지원금)을 주기 위해 7조원 이상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기로 했다. 기존 예산에서 당장 쓰지 않아도 되는 돈을 최대한 모아 재난지원금에 충당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산지출 구조조정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올해 재정수지 적자는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올해 예산 중 7.1조 아껴 재난지원금 지급”
30일 정부에 따르면, 이번 재난지원금 지급에는 총 9조1,000억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 중 2조원은 지방자치단체가 분담하고, 나머지 7조1,000억원은 4월 중 2차 추경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난지원금만을 안건으로 담은 ‘원 포인트’ 추경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당초 최종 발표안보다 훨씬 적은 범위와 금액의 재난지원금 계획을 제시했던 정부는, 최대한 늘어나는 빚을 줄이기 위해 과거와 달리 추경 재원을 기존 예산 구조조정으로 마련할 방침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당초 계획대로 집행되기 어려운 예산을 최대한 줄여 재난지원금 재원으로 사용하겠다는 의미다.
구조조정 대상 예산으로는 △국방 △의료급여 △환경 △공적개발원조(ODA) △농어촌 △사회간접자본(SOC) 등이 거론된다. 여기에 올해 상환할 국고채 이자도 감액 대상으로 분류했다. 작년에도 7조9,000억원 규모의 예산상 사업이 집행되지 않았던 만큼, 사업 구조조정 자체는 어렵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계획대로 될 지는 미지수
다만 국회가 이런 정부의 계획을 그대로 받아들일지 불투명하다. 지역구 의원들이 민감해 하는 농어촌, SOC 예산 등이 대거 구조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총선 후 잔여 임기에 국회가 열리는 만큼 선거 결과에 따른 원 구성 변화도 변수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재난지원금 재원 규모가 매년 못쓰고 남는 예산 규모보다 크지 않아 구조조정 계획은 짤 수 있겠지만 국회가 총선 후 혼란 속에서 추경안을 책임지고 통과시킬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실제 역대로 세출예산이 깎인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추경에서 기존 세출예산 감액은 단 세 번 뿐이었다. 이마저도 외환위기 직후 ‘허리띠 졸라매기’ 속에 고속도로 등 SOC 사업을 대거 연기한 1998년 1차 추경(8조5,000억원)을 제외하면 세출감액 규모는 7,000억원(1998년 2차 추경), 3,000억원(2013년 추경) 등으로 미미했다.
결국 감액 규모가 예상보다 못하면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이미 1차 추경에서 10조4,000억원 어치 국채를 추가 발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른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당초 3.5%에서 4.1%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9.8%에서 41.2%로 각각 높아졌다.
만약 세출 구조조정에 실패해 전액 적자국채로 충당해야 한다면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4.5%, 국가채무비율은 44.7%까지 높아진다.
홍 부총리는 또 “이번 추경안에 (1차 추경에서 보류했던) 세입경정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올해 흐름상 예상보다 세금이 덜 걷힐 게 확실시 돼, 예산안 상의 올해 수입을 줄이기 위한 또 한번(3차)의 추경이 필요한 상황이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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