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시민당이 4ㆍ15 총선 10대 공약집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제출했다가 철회하는 소동이 31일 벌어졌다. 일부 공약들이 ‘한 몸’이라고 강조하는 더불어민주당과 결을 달리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다.
더불어시민당은 이날 선관위 홈페이지를 통해 '일제 강제동원·일본군 위안부 인권회복', '북한을 이웃국가로 인정', '기본소득 도입'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10대 공약집을 공개했다가 이를 내렸다. 특히 문제가 된 공약은 통일외교안보 정책이다. 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의 기본틀인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을 ‘한반도 이웃국가 정책’으로 대체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북한을 국제사회 일원이자 이웃 국가로 인정하고, 국제사회의 행동기준과 원칙을 남북관계에 적용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끌어내겠다고 했다. 평화를 위협하는 행동에는 모든 수단으로 총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도 했고, 자주국방과 한미동맹 강화를 두 축으로 북한의 행동에 비례해 대응하며 현재 안보훈련과 그 이상도 가능함을 밝히고 북한이 진지하게 대화에 나서도록 촉구하겠다고 했다. 당장 열린민주당에서 통일외교정책을 문제 삼고 나왔다.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인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입장문을 통해 "(시민당의 공약은) 당장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3조를 정면으로 위반한다"며 "한마디로 북한을 좋은 이웃국가로 두자는 것인데, 좋은 이웃국가로는 일본이나 중국, 러시아 등이 있다. 북한을 이들과 같은 등급의 관계로 맺어나가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는 통일의 염원을 포기하고 두 개의 나라 두 개의 체제를 이대로 굳혀나가자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기본소득도입 추진도 논란이 됐다. 모든 국민에게 조건 없이 매달 6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국회 입법화를 위해 기본소득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지급은 당장 올해 시행하며, 매년 물가상승률과 중위소득 등을 기준으로 상향 조정해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재원은 화력발전 등에 대한 탄소세, 원자력발전에 대한 위험세 등의 도입으로 충당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 역시 민주당의 조세ㆍ복지 정책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대북정책 공약은) 시대전환이라는 소수 정당에서 관련된 공약을 취합하는 과정에서 조율이 안 된 것을 실무자가 선관위에 올려서 문제가 된 것”이라며 “원칙적으로 저희는 문재인 정부의 통일정책, 외교안보정책과 똑같다. 민주당과 가치를 공유하기 때문에 그 방향에 따라 (공약집을) 다시 올릴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더불어시민당이 소수정당의 문제로 화살을 돌렸지만, 애초부터 급조한 비례정당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문제였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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