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택시ㆍ버스 끊겨… 순번 정하고 간격 유지
[저작권 한국일보]베트남 하노이 교민들이 1일 주베트남 한국 대사관 내 영사동 3층에 위치한 21대 총선 재외선거 투표소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현지 공안 등의 통제 없이도 교민들은 자발적으로 2m 간격을 유지하며 차분히 투표를 마쳤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회사에서 대리 이하는 첫날 오전, 과장급은 둘째 날 오전. 이런 식으로 순번을 정해 투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버스와 택시가 운행을 안 해 그나마 이동 가능한 그랩(승차공유서비스) 오토바이를 타고 달려왔어요.”

1일 오전 8시20분.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한국 의류업체에서 4년째 근무 중인 차모(37)씨는 초록색 그랩 오토바이 헬멧을 벗으며 씩씩하게 말했다. 그의 뒤로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국인 여성 성모(44)씨 등 3명도 남편 회사 차량을 빌려 투표장에 도착했다. 성씨는 “우리가 돌아가면 이 차를 다른 교민 2명이 쓰기로 했다”며 “한국인이 주로 사는 아파트 단지는 대부분 이렇게 돌아가면서 투표를 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바이러스도 나라 밖에서 소중한 주권을 행사하려는 교민들의 열망을 꺾지 못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재외국민 투표 첫날, 베트남 교민들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에도 투표장으로 향했다. 베트남에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20만명의 우리 국민이 체류하고 있다.

하노이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번지고 있는 탓인지 교민들은 베트남 정부가 시행 중인 교통 통제와 2명 이상 모임 금지, 2m 이상 거리 유지 등 지침을 충실히 지키며 질서정연하게 투표에 임했다. 한국 기업과 기관들은 엿새 동안 치러지는 재외투표 기간을 최대한 활용, 구성원들을 날짜별로 분산해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주베트남 한국 대사관도 당초 25인승 버스를 동원해 한꺼번에 유권자들을 이송하려던 방침을 취소하고, 투표소 입장 시 발열 검사 등 교민 안전과 방역에 최우선 순위를 뒀다.

분산 투표 계획이 잘 지켜진 덕분에 이날 하루 대사관 영사동 3층에 위치한 투표소는 5,6명의 인원만 꾸준히 입장했다. 교민들은 건물 출입구 앞에서 대기하는 중에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2m 간격을 유지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였다. 혹여 사람들이 몰릴까 투표 현장을 감독하기 위해 배치된 베트남 공안들도 별다른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자 느긋한 표정으로 투표 진행 상황을 지켜봤다.

하노이에서 17년째 물류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최모(62)씨는 투표 후 “민주적 선거가 낯선 현지 직원들이 ‘코로나19로 난리인데 왜 투표를 하느냐’고 의아한 반응을 보이길래 ‘한국은 원래 위기에 더 강한 민족’이라고 답하고 나왔다”며 한껏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어 “교민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 대화방에서 차량 나눔 운동이 계속되고 있어 투표도 순조롭게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노이 교민 7만명 중 재외투표 신청 인원은 5,800명 가량이다. 지난 20대 총선에 비해 오히려 30%가량 증가한 수치다. 재외선거 감독 관계자는 “하노이 투표인단 규모는 전세계 한국 공관 중 6위에 해당한다”면서 “감염병 사태로 신청 인원의 절반 가량만 참여할 것으로 보이나, 베트남 정부의 강력한 이동금지 정책을 고려하면 이 정도 참여도 놀라울 따름”이라고 밝혔다.

2만1,957명으로 신청 인원이 가장 많은 일본도 이날 정상적으로 재외투표를 시작했다. 중국은 코로나19 확산의 시발점이었던 우한을 제외한 9개 도시에서 투표가 진행됐다. 다만 중국이 최근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함에 따라 한국으로 일시 귀국했던 상하이(上海) 교민과 유학생 등 등록유권자 중 최대 4분의1이 투표를 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남아에선 필리핀을 제외한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등에서도 투표가 이뤄졌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 21대 총선 재외투표가 시작된 1일 항상 혼잡했던 베트남 하노이 서호 인근 도로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이날부터 오토바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차량 운행을 금지했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