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5배 인상’ 당초 요구액 대폭 낮춰 한국이 고수한 ‘10% 인상’ 근접 수준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금 협상대사가 지난달 2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7차 회의를 마친 뒤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협상이 타결 초읽기에 들어갔다. 양국의 입장 차가 컸던 한국의 1년 분담금 총액은 1조1,000억원대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이고, SMA 적용 기간은 1년에서 다년으로 하는 방안에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1일 정부 및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양국은 분담금 총액에서 극적으로 입장 차를 좁혔다. 한국이 고수해 온 인상률 10%(약 1,000억원)에 근접한 수준에서 타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지난해 9월 시작된 11차 SMA 협상 초반 올해 한국이 부담할 주한미군 분담금으로 지난해(1조389억원)의 5배가 넘는 약 50억 달러(약 6조원)를 제시했다. 이후 협상 과정에서 40억 달러 안팎으로 낮추기는 했으나 10% 안팎의 상승률을 염두에 두고 기존 SMA 틀 내에서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는 한국 입장과 차이가 컸다. 잠정안대로 1조1,000억원대에서 합의가 될 경우 미국이 요구액을 대폭 낮춘 셈이 된다. 다만 2년차 이후에는 분담금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대사는 전날 발표한 영상 메시지에서 “상당한 의견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조만간 최종 타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SMA 적용 기간의 경우 다년 적용에 뜻을 모았다. 지난해 10차 SMA 때는 한시적으로 유효 기간을 1년으로 설정했다. 8차와 9차 협정 때는 5년을 적용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5년 합의가 유력해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워싱턴=APㆍ뉴시스

지난해 연말까지 끝냈어야 할 협상이 지연되면서 1일부터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4,000여명이 무급휴직에 들어가는 등 11차 SMA 체결은 난항을 겪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연되면서 주한미군이 감수해야 할 피해가 커졌고,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관련 양국 협력이 미국의 극적인 입장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협상은 지난주 후반부터 입장이 좁혀지며 급물살을 탔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밤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코로나19 의료장비 지원 등을 요청하고 이에 문 대통령이 호응한 것도 협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얘기다. 또 미국산 무기 구매, 호르무즈해협 파병 등 SMA 틀 밖에서 한미동맹 기여를 강조해 온 한국 정부의 설명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양국 정상이 당시 통화에서 SMA 협상 내용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미 정상 통화에서) 그와 관련한 얘기는 안 나왔다”고 밝혔다.

1일 오후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 정문 앞에서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조 조합원들이 무급휴직 상태 정상화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타결이 임박하면서 이날부터 시행된 일부 주한미군 한국 근로자 무급휴직도 조만간 해소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정부는 최대한 신속히 협상을 마무리해 20대 국회의원 임기인 5월 29일 이전에는 비준을 받는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액 증액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핵심 공약 중 하나인 만큼 막판에 다시 요구액을 올리는 등 분위기 반전 가능성도 남아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협상에 진전이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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