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담당 기관은 긴급삭제요구 등 행정권 필요”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가 3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주최한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근본적 해결을 원한다' 기자회견에서 한 참석자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텔레그램 ‘n번방’ 사태와 같은 디지털 성범죄 대응을 위해 기존 ‘음란물’의 개념대신 ‘디지털 성착취’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전윤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난달 31일 ‘텔레그램 n번방 디지털 성범죄 대책 현황과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현행법상 카메라 촬영물과 아동ㆍ청소년 이용 음란물의 용어와 정의에 대해 ‘경미한 범죄’로 인식하는 문제가 있다”며 “디지털 성착취 개념을 입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디지털 성착취 개념을 입법화한 대표적인 국가는 호주다. 호주는 지난해 디지털 성착취물에 대한 강경한 대응과 피해차단ㆍ보호를 핵심으로 한 디지털성범죄관련법을 개정했다. 전 조사관은 “호주는 성적인 이미지의 동의 없는 촬영, 배포를 ‘학대’의 한 유형으로 정의하고 이것이 피해자와 피해자와 관련된 사람을 위협ㆍ협박하고, 조종하기 위해 사용되었다면 ‘성적 착취’가 된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호주의 신속한 피해대책 시스템도 주목할 부분으로 꼽았다. 호주는 여성, 아동ㆍ청소년 인터넷 성착취에 대한 피해대책 기관으로 2015년 인터넷안전국을 통신미디어청 산하 법정기관으로 두고 정부 차원에서 피해차단과 피해자 보호를 담당하고 있다. 이 기관은 사이버괴롭힘, 이미지기반 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48시간 안에 가해자, 소셜미디어 업체, 웹사이트서비스 호스트 등에게 삭제 의무를 부과하는 ‘신속 삭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인터넷 업체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통지와 과태료 처분과 같은 행정적 강제제도도 시행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법률ㆍ의료ㆍ상담서비스와 같은 피해자 지원과 삭제 지원을 맡고 있지만, 강제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전 조사관은 “디지털피해자지원센터는 행정적인 강제력이 없으며, 방송통신위원회의 업무도 유해 콘텐츠 전반을 포괄하기 때문에 신속한 피해자 지원, 동영상 삭제 등과 관련한 대응력은 떨어진다”며 “게시물 삭제조치뿐 아니라 법원이나 행정기관에서 성착취물이 유통되는 업체를 처벌하는 등 절차가 보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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