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도쿄 신주쿠 정부청사에서 개관식
“조선인 노동자 차별 없었다” 증언 영상 전시돼
일제 강제징용의 상징 ‘군함도’의 역사를 왜곡하는 또 하나의 시설이 일본 도쿄 한복판에 세워졌다. 2015년 군함도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할 당시엔 강제징용의 역사적 사실을 알리겠다고 약속했던 일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린 사이 이 같은 전시관을 슬그머니 열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같은 소식을 알리며 “그야말로 개관 시기도 기가 막히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일본정부는 지난달 31일 도쿄 신주쿠구 총무성 제2청사 별관에서 산업유산정보센터 개관식을 열었다. 전시관엔 일본 근대 산업시설 자료가 전시됐지만, 군함도의 조선인 강제징용에 대한 언급은 빠졌다. 오히려 군함도에서 “(조선인 노동자가) 주위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섬 주민들의 증언 자료 등을 소개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해당 정보센터의 개관식에는 관계자들만 참석했고, 일반 공개는 당분간 허용되지 않는다. 서 교수는 이를 두고 “전 세계인들이 코로나 사태로 움직이지 못하는 이런 상황에서 딱 ‘도둑장가’를 가는 격”이라며 “정말이지 일본 아베 정권은 꼼수의 대마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식 지명은 ‘하시마’인 군함도는 나가사키항으로부터 남서쪽 18㎞ 해상에 있는 섬으로 모습이 군함을 닮았다고 해서 군함도라는 별칭이 붙었다. 민족문제연구소의 2017년 자료에 따르면 군함도 등에서 강제 노역에 동원된 조선인은 약 3만3,400명에 달한다. 일본은 2015년 7월 군함도 근대산업시설 23곳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유네스코로부터 “전체 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는 권고를 받았다. 일본은 이에 조선인 등이 강제로 일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희생자들을 기리는 정보센터를 설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 교수는 “이런 전시 내용은 일본 정부가 세계인들 앞에서 한 약속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상황”이라면서 “조만간 유네스코 측에 이러한 역사왜곡 현장을 제대로 알릴 것”이라고 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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