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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선비대증은 노인병?... ‘젊은 당신’도 위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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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선비대증은 노인병?... ‘젊은 당신’도 위험할 수 있다

입력
2020.04.06 19:00
수정
2020.04.07 08:34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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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환자 1만6,000명…5년 새 33% 증가

치료제가 성기능 장애 유발 가능성도 있어

50대를 넘겨야 잘 나타나는 병으로 알려진 전립선비대증이 30대 이하 환자가 최근 5년 새 33%나 늘어났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50대를 넘겨야 잘 나타나는 병으로 알려진 전립선비대증이 30대 이하 환자가 최근 5년 새 33%나 늘어났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전립선비대증은 50대 이상이 전체 환자의 95%를 넘을 정도로 ‘노인병’이다. 그런데 최근 30대 이하 젊은이에게도 전립선비대증이 두드러지게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30대 이하 전립선비대증 환자가 2014년 1만2,006명에서 2018년 1만5,997명으로 최근 5년 새 33%나 증가했다.

전립선비대증은 밤톨만한 전립선이 나이 들면서 점점 커져 요도를 압박해 다양한 배뇨장애 증상을 일으키는 병이다. 하지만 식습관ㆍ가족력ㆍ유전 등도 전립선 비대에 영향을 줘 꼭 나이가 들어서야 걸리는 병은 아니다. 전립선비대증으로 수술받은 환자의 자손은 같은 질환으로 수술받을 확률이 높고 일란성 쌍둥이에게서도 상관관계가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소변을 누기가 불편해지면

평소 배뇨 패턴만 잘 관찰해도 빠르게 전립선 비대 증상을 알 수 있다. 전립선이 비대해져 요도를 압박하면 가장 먼저 소변을 보기가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변 횟수가 잦아지거나 △소변이 금방 나올 듯한데 참지 못하거나 △소변이 곧 나올 것 같아 화장실을 갔는데 정작 나오지 않거나 △소변을 보는 데 전과 달리 시간이 걸리거나 △소변줄기가 가늘고 힘이 약해지거나 △밤에 자다가 깨어 소변 보는 횟수가 2~5회 정도되면 비뇨의학과를 찾아 전립선비대증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다.

민경은 강동경희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소변을 잘 보지 못해 몸속에 소변이 남아 있으면 요로감염ㆍ방광염ㆍ방광결석 등 다양한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기에 빨리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전립선비대증 진단법으로는 항문에 손가락을 넣어 전립선을 만져보면서 진단하는 직장수지(手指)검사와 항문으로 초음파 탐침을 넣어 전립선을 관찰하는 경직장초음파검사가 있다. 소변속도와 잔뇨량 등을 측정해 배뇨 기능을 평가하는 요속검사 등도 전립선비대증 진단 시 고려할 수 있는 검사다.

민 교수는 “정기 건강검진 등으로 조기 진단돼 젊은 환자가 늘어난 측면도 있지만 서구적 식습관이 보편화되고 스트레스와 운동부족, 불규칙적인 생활습관 등이 젊은 전립선비대증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기능 장애 등 치료제 부작용도 살펴야

전립선비대증에는 대개 두 가지 종류의 치료제가 처방된다. 5알파 환원효소 억제제(피나스테리드(프로스카), 두테스테리드(아보타드))는 전립선 크기를 줄여준다. 일반인에게 ‘탈모치료제’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박성열 한양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5알파 환원효소 억제제는 남성호르몬의 변환 과정에 작용하지만 부작용으로 성욕감퇴ㆍ발기부전ㆍ불임 등 성기능장애와 고위험도 전립선암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또한 우울증과 자살충동 같은 정신질환적 부작용과 근골격계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임신부나 임신할 가능성이 있는 여성은 이 약을 먹거나 흡수하면 남성 태아의 음경ㆍ음낭 기형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실수로 약을 복용하거나 약 가루나 깨진 조각을 만져서는 안 된다. 이 때문에 5알파 환원효소 억제제를 먹는 사람은 헌혈도 하면 안 된다.

실제로 5알파 환원효소 억제제가 건강보험에 적용돼 약값이 싸다는 이유로 탈모 치료 목적으로 약을 쪼개서 먹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주변에 가임 여성이 있다면 아주 위험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11월 5알파 환원효소 억제제의 처방 급여 기준이 강화됐다. 전립선 비대가 중등도 이상, 전립선 크기가 30mL 이상, 혈청 전립선특이항원(PSA) 수치가 1.4ng/mL 이상 가운데 2가지 이상 조건을 충족할 때 건강보험을 적용한다.

특히 5알파 환원효소 억제제를 PSA 검사를 하지 않고 먹다가 전립선이 줄어들어 전립선암 진단이 늦어질 수도 있기에 약을 먹기 전에 자신의 전립선 크기를 알고 있어야 한다. 민승기 대한비뇨기과학회 보험이사(국립경찰병원 비뇨의학과 과장)는 “PSA 수치가 4ng/mL 이상이면 전립선암 가능성이 있는 것이지만 탈모약을 먹고 있다면 수치가 절반 가까이 낮아져 잘못된 진단을 내릴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전립선과 방광목(bladder neck)의 근육을 이완해 배뇨를 돕는 알파차단제가 처방된다. 하지만 알파차단제는 사정했을 때 정액이 밖으로 배출되지 않고 거꾸로 방광으로 넘어가는(역행성 사정)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임신을 계획하는 젊은 남성 환자라면 알파차단제를 복용하기 전에 반드시 이 점을 고려해야 한다.

◇약물 치료 전 생활습관 조절해야

전립선비대증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약물 치료 전에 먼저 생활습관을 조절해 증상을 완화하는 것이 권장된다. 소변을 너무 오래 참지 않는 등 올바른 배뇨 습관을 가져야 한다. 알코올ㆍ카페인 섭취를 줄이고, 저지방ㆍ고섬유질 음식과 과일ㆍ채소 특히 라이코펜이 풍부한 토마토를 많이 먹으면 좋다. 과체중이 되지 않도록 적절한 운동과 식단 조절도 중요하다.

너무 오래 앉아 있거나 소변을 오래 참는 것은 전립선 건강에 좋지 않으며 전립선 주변의 혈액 순환을 좋게 하기 위해서 좌욕과 반신욕이 권장된다. 규칙적이고 적절한 성생활은 전립선의 긴장 완화와 혈액 순환에 도움이 된다. 수면 중 소변을 보기 위해 자주 깬다면 저녁 식사 후 잠들기 전까지 물을 포함한 모든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 게 도움이 된다.

박성열 교수는 “남성의 배뇨 곤란은 당뇨나 신경 손상, 카페인 과다 섭취 등의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데 신경인성 방광이나 과민성방광 등과 같은 방광 기능 이상 증상이 전립선비대증 증상과 비슷해 정확한 검사를 통해 적절한 약으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전립선비대증이 생긴 전립선. 게티이미지뱅크
전립선비대증이 생긴 전립선.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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