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로 인한 일시적 기도 과민증, 8주 이내 대부분 호전
3주 이상 열 없는 기침, 천식ㆍ위식도역류질환ㆍ알레르기비염 탓
기침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될 때 나타나는 주증상의 하나다. 이 때문에 여러 사람이 모인 곳에서 기침을 한 번만 해도 따가운 눈총을 받기 십상이다.
그런데 기침을 유발하는 병은 코로나19뿐만 아니라 단순 감기에서 심장질환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기침을 일으키는 질환의 특징을 알아둬야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기침은 우리 몸의 중요한 방어 메커니즘의 하나다. 공기 중에 포함된 가스ㆍ세균 등 해로운 물질이나 다양한 이물질이 기도(氣道)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거나 흡입된 이물질이나 기도 분비물을 기도 밖으로 배출해 항상 기도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기침은 후두를 포함한 기도 자극에 의해 반사적으로 생기는 게 대부분이지만 기도에 염증이 있을 때도 나타난다.
기침은 지속 기간에 따라 급성기침(2주 이내), 아(亞)급성기침(3~8주), 만성기침(8주 이상) 등 3가지로 구분된다. 급성기침 주요인은 호흡기 내 발생한 염증이다. 급성 편도염ㆍ비인두염ㆍ후두염ㆍ부비동염ㆍ기관지염 등이다. 넓게 보면 ‘감기에 걸렸을 때 나오는 기침’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아급성기침도 감기를 앓은 뒤 생기는 ‘감염 후 기침’이 대부분이다. 감기에 걸린 뒤 일시적으로 기도에 과민증이 발생해 기침 증상이 조금 더 이어지는 경우다.
하지만 8주 이상 만성기침이 생긴다면 정확한 원인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기관지확장증ㆍ폐결핵ㆍ폐암 등을 비롯해 다양한 질환이 만성기침을 유발한다.
이병훈 노원을지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기침이 3주 이상 지속되면 감기 외 다른 질환이 생긴 것이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며 “특히 8주 이상 이어지는 만성기침이라면 감기 외 다른 질환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만성기침을 유발하는 가장 대표적인 질환은 천식이다. 천식은 기도가 지나치게 좁아지면서 나타나는 만성 호흡기 질환이다. 호흡곤란, 쌕쌕거리는 숨소리(천명)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다른 증상 없이 오직 기침만 생기는 ‘기침이형 천식’도 있다. 마른기침이 발작적으로 나타난다면 이를 의심해야 한다. 천식은 기관지 확장제를 먹거나 흡입하는 스테로이드 제제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손지영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호흡기센터장은 “흡입스테로이드 제제는 약이 직접 기도 점막으로 투여돼 치료 효과가 뛰어나기에 매일 저용량을 사용하면 증상 완화는 물론, 부작용도 줄이기에 적극 사용하길 권한다”고 했다. 그는 또한 “일시적으로 증상이 완화되더라도 꾸준히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후비루증후군에 걸려도 잦은 기침이 나타난다. 후비루증후군은 콧물이 목뒤로 넘어가는 질환인데, 목뒤로 자꾸 점액이 넘어가는 느낌을 받거나 구취(입냄새)가 심하면 후비루일 가능성이 크다.
역류성 식도염을 비롯한 위식도역류질환도 만성기침을 일으킨다. 위장 내용물이 역류해 식도ㆍ후두부ㆍ기관지 등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위내시경 검사나 식도의 산도를 측정해 보면 역류질환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심부전증 등과 같은 심장질환을 앓아도 마른기침을 할 수 있다. 잠자는 도중 갑자기 생기는 기침이 특징이다. 누워 있는 자세가 원인이다. 혈액순환 이상으로 혈액이 등 쪽으로 몰려 폐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일어나 앉은 자세를 취하면 기침이 호전된다. 반면 호흡기 이상으로 발생하는 기침은 자세를 바꿔도 좋아지지 않는다. 기침할 때 노란 가래가 아닌 거품이 섞인 빨간색 혈흔이 있어도 심장질환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최재웅 노원을지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고혈압 등 성인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만성기침은 심장질환과 관련성이 높다”며 “이때는 흉부 X선 검사와 심장초음파 검사 등 정밀 진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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