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20대 유권자
공정성ㆍ안전 등 현실 이슈에 투표… 수도권 접전서 결정적 변수 전망
4ㆍ15 총선을 8일 앞둔 7일 현재 ‘20대 무당층’은 최대 300만명으로 추산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집계한 20대 전체 유권자(680만명)의 약 45%가 지지 정당ㆍ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30대 이상 모든 세대 유권자들이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강하게 결집 중인 선거 구도를 감안하면, 300만표의 존재는 위력적이다. 젊은 유권자 비율이 높은 수도권 접전 지역에서 20대의 표심이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20대 유권자들이 떠도는 건 2016년 촛불집회를 계기로 정치 참여 의지를 불태우다 기성 정치권에 실망해 이탈한 뒤 정착할 곳을 찾지 못한 탓이다. 이들의 마음은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20대 유권자를 이해하는 열쇳말은 ‘이슈 보터(Issue Voter)’다. 밀레니얼 세대, Z세대로 불리는 이들은 특정 정당, 이념, 진영에 고정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밀접한 이슈에 현실적ㆍ실용적인 투표를 하는 성향을 보인다. 조희정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기성 정당이 20대가 중요하게 여기는 이슈를 담아내지 못하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 유명무실해지면서 이들의 표심이 갈 곳을 잃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갤럽 정례 여론조사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추이를 보면, 20대는 ‘공정 이슈’를 중심으로 민감하게 움직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인 2017년 20대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90%대를 기록했고, 20대 중 무당층은 20%대였다.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한 단일팀 구성 당시 한국 선수들이 역차별을 받은 것이 논란이 되자 20대 무당층은 40%를 돌파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70%대로 떨어졌다. 지난해 조국 사태 때 20대의 문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한다’(41%)와 ‘잘못한다’(42%)의 응답이 교차하는 ‘데드 크로스’를 기록한 것도 공정 이슈 때문이었다.
20대 남성들은 ‘이중의 불공정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페미니스트 정부를 자처하는 문재인 정권에서 젊은 남성들이 역차별 받고 있다’는 게 이들의 불만이다. 이에 20대 남성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달 한국갤럽 조사에서 32%까지 떨어졌다. 공정 이슈의 파괴력이 그 만큼 크다는 뜻이다. 같은 조사에서 20대 여성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58%였다.
다만 선거에 관한 한, 20대 여성의 위력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 20대 여성 투표율이 최근 거의 모든 선거에서 동세대 남성을 크게 웃돌았기 때문이다. ‘n번방 사건’이 총선의 만만치 않은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이 대목에서다. n번방 사건이야말로 20대 여성의 인권ㆍ안전과 직결된 ‘생활밀착형 이슈’이기 때문이다.
최근 20대 유권자 무당층 비율이 서서히 줄고 있는 것이 n번방 이슈 때문이라는 조심스러운 분석도 나온다. 3월 31일~4월 2일 실시한 한국갤럽 조사에서 20대의 민주당 지지율(36%)이 2월 대비 8%포인트 상승한 것을 놓고도 여권의 적극적 n번방 대응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있다. 같은 기간 20대의 통합당 지지율(12%)은 3%포인트 올랐다. 최근 들어 n번방 대책과 관련해 정치권이 분주해진 것도 20대의 표심을 읽었기 때문이다.
물론 20대가 실제로 얼마나 투표소를 찾을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선관위의 최근 ‘총선 관심도 및 투표 참여 의향 조사’에서 20대(18,19세 포함)의 투표 의향은 52.8%로 전 세대 중 가장 낮았다. n번방 이슈가 부각되면 20대 여성 투표율은 올라가도 20대 남성 투표율은 오히려 떨어져 20대 전체 투표율 상승을 견인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 자세한 여론조사 개요나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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