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45)씨는 일주일에 두 번 이상 배달앱을 통해 저녁을 해결합니다. 그는 지난 1일부터 국내 배달앱 1위 업체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수수료 부과 체계를 바꾸는 바람에 입점업체 상당수의 부담이 커졌다는 보도를 접하고 단골 음식점에 직접 주문전화를 걸었습니다. 배달앱 앞에서 을(乙)의 처지인 자영업자를 돕는 이른바 ‘개념 소비’를 실천할 생각이었죠. 그런데 막상 음식점은 배달료 1,000원을 받겠다며 “(배달앱을 쓰는)다른 고객과의 형평성을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이씨는 “일부러 전화로 주문했는데 앱 주문과 똑같은 부담을 져야 한다면 결국 앱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소위 ‘집콕족’이 늘어나면서 식사부터 디저트까지 배달 서비스를 통해 시켜먹는 이들이 늘어났습니다. 음식점에 직접 나가기보다 비대면 서비스를 선호하게 된 것이죠. 덕분에 관련 서비스도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배민의 비대면 주문ㆍ결제 서비스 ‘배민오더’는 출시 5개월째인 지난달 기준 누적 주문건수가 200만건을 돌파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배민은 1일부터 입점업체에 광고료 조로 매달 8만8,000원을 받는 정액제(울트라콜) 대신 주문 발생 때마다 결제금액의 5.8%를 받는 정률제(오픈서비스)로 수수료 체계를 바꿨습니다. 기존 월 정액 광고료 방식은 자금력 있는 음식점주가 여러 계좌를 납부하는 방식으로 배달앱 화면을 독점하는 통에 영세ㆍ신규업체가 불리하다는 것이 개편 이유입니다. 매출에 비례해 수수료를 매기는 새 부과 체계로 입점업체 절반 이상, 특히 작은 음식점들의 부담이 줄어들 거라는 게 배민의 주장입니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의 셈법은 다릅니다. 배민의 수수료 체계 전환으로 자영업자 대부분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겁니다. 소상공인연합회 계산에 따르면 월 매출 1,000만원 업소는 58만원의 수수료를, 월 매출 3,000만원 업소는 174만원을 내야 합니다. 기존 울트라콜 3~4건 이용에 들던 26만~35만원보다 훨씬 비쌉니다. 연합회는 여기에 부가세(0.58%) 등을 포함하면 매출액의 10% 가까이를 배민에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코로나19 사태로 매장 손님이 급감하면서 배달앱 의존도가 높아진 소상공인에겐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겁니다.
더군다나 지난해 배민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되면서 국내 배달앱 1~3위 업체인 배민 요기요 배달통이 한 회사가 되면서 시장점유율 99%에 달하자 “독과점의 횡포”라는 말도 나옵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4일 페이스북에 배민을 정면 겨냥해 “독과점 배달앱 횡포를 억제하고 합리적 경쟁체계를 만드는 방법을 강구하자”며 제안 모집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소비자들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소상공인 입장을 이해하고 돕자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소상공인들이 배민에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도록 매장 전화로 직접 주문하고 프랜차이즈업체의 자체 배달앱을 이용하자는 등 아이디어도 풍성합니다. 지난달 13일부터 수수료 없는 ‘공공배달앱’을 출시한 군산시처럼 각 지자체에서 배달앱을 만들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대안 논의에 힘이 실리려면 소상공인들도 일부러 배달앱을 이용하지 않는 주문 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전화 주문에는 1,000~3,000원가량의 배달료를 받지 않거나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 방안을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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