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자립팸 2018년부터 월 30만원 기본소득
첫발 뗀 단계지만 “희망을 봤다”
19.5%. 2014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일주일에 하루 이상 굶은 적 있다”고 답한 비율이다. 일자리ㆍ주거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은 탓이다. 쉼터와 그룹홈 등 보호시설이 있지만 이를 이용한 청소년은 7.6%에 불과했다.
이런 환경에서 탈가정 청소년 주거지원기관 ‘청소년자립팸 이상한나라’가 시도한 청소년 기본소득 사업이 3년 차에 접어들며 주목 받고 있다. 아직은 참여자가 소수에 그치지만 이상한나라 측은 “기본소득이 최소한의 꿈을 꿀 수 있는 기반이 됐다”며 희망을 얘기한다.
7일 이상한나라에 따르면 청소년 기본소득 사업은 사회복지법인 ‘함께걷는아이들’의 재정 지원을 받아 2018년 3월 시작했다. 이후 서울 관악구의 지정 주거지에서 거주하는 만 18~24세 여성청소년(청소년기본법 기준)에게 매달 조건 없이 1인당 30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했다. 지난 2월까지 2년간 총 10명이 짧게는 1개월부터 길게는 15개월 동안 기본소득을 받았다. 올해 3월부터는 4명이 기본소득을 수령한다. 대부분 10대 때 집을 나온 여성청소년이다.
이상한나라는 통제가 아닌 상호 존중을 통한 자립을 목표로 기본소득을 지급한다.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주는 원칙적인 기본소득과는 다르지만, 무조건성ㆍ정기성ㆍ개별성ㆍ현금성 등 기본소득의 취지는 충실히 담았다. 박민진 이상한나라 상임활동가는 “지금이나 그때나 청소년에게 현금을 주면 낭비할 것이라는 불신이 강한데, 이를 설득하는 방법은 직접 해보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이호연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과 이상한나라 활동가 등이 마련한 연구발표회에선 그간 기본소득을 받은 청소년들 사례가 소개됐다. 용돈 수준인 30만원으로 라면 대신 국밥을 먹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루에 2시간 줄일 수 있게 된 정도여도 청소년들은 “뭔가 해볼 여지가 생겼다”고 했다. 보자 장기적인 일자리를 고르거나, 대안학교에 다니며 검정고시를 준비할 시간이 생겼다는 청소년들도 있었다.
이상한나라 활동가와 연구원들은 탈가정 청소년 기본소득 논의가 이제 첫 발을 뗐다고 판단한다. 이 연구원은 “기본소득의 전제 조건은 존중의 문화”라며 “지금처럼 통제 위주 시설에서는 그 의미가 전달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박 활동가는 “탈가정을 했다는 것은 계속 자립을 고민하며 살게 됐다는 의미”라며 “청소년의 자립과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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