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복중앙교회 2013년부터 ‘새벽만나’ 제공
한 달여 중단 뒤 6일 도시락으로 부활
“예배는 온라인 대체가 가능해도 청년들의 배고픔은 온라인으로 해결할 수 없으니까요.”
2013년부터 지역 청년들에게 아침식사를 제공한 서울 성북구 성복중앙교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지난 2월 말 어쩔 수 없이 아침 급식봉사 ‘새벽만나’를 중단했다. 감염 예방을 위해 예배조차 온라인으로 전환했는데 얼굴을 맞대는 현장 배식을 계속하기는 어려웠다. 이후 오프라인 개강과 취업 일정이 모두 연기돼 힘들어하는 청년들을 보면서 이 교회는 다시 아침을 줄 방법을 고민했다. 그러다 떠올린 게 비대면 식사가 가능한 도시락이다. 8년을 이어온 새벽만나는 6일 무료 아침도시락으로 부활했다.
이날 오전 6시 30분쯤 성복중앙교회 입구에서 담임목사와 청년부원들은 포장한 도시락을 배치하느라 분주했다. 도시락이 식을까 봐 일부는 지하 1층 식당에 따로 보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취지에 맞게 책상을 사이에 두고 청년들이 도시락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바로 옆에는 손 소독제도 준비했다.
도시락을 주는 오전 7시가 되자 학생들이 하나 둘 찾아왔다. 첫 도시락을 받은 고려대 재학생 A(23)씨는 “이전 학기에는 항상 여기서 아침 식사를 했다”며 “다시 운영된다는 소식에 공부하러 가기 전 바로 들렀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생 B(29)씨는 “가뭄 속 단비와 같은 도시락”이라며 “지방에 계신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 없어 요즘 보통 하루에 한 끼만 먹었는데 도시락을 받으니 힘이 난다”고 전했다.
새벽만나 봉사자들도 대부분 청년들이었다. 고려대 서어서문학과에 재학 중인 장예희(23)씨는 “이번 학기가 마지막인데 취업난으로 답답한 건 나 역시 마찬가지이지만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들은 더 힘들 것 같아 시간을 냈다”고 말했다. 변호사 우미연(33)씨는 “강원도에서 상경해 15년간 이 동네에서 자취를 하며 많은 위안을 얻었다”면서 “미래가 불투명한 청년들에게 작은 힘이라도 되고 싶다”고 새벽만나 봉사를 하는 이유를 밝혔다.
성복중앙교회는 새벽만나 재추진에 앞서 고려대 인터넷 커뮤니티에 의견을 물었다. 혹시 오해를 살지 몰라서였는데, ‘교인은 아니지만 항상 감사 드린다’ 등 많은 학생들이 지지와 응원을 보냈다. 길성운 성복중앙교회 담임목사는 “8년간 아침식사 봉사를 하면서 갈수록 청년들이 힘들어 하는 걸 피부로 느꼈다”며 “신종 코로나에 형편이 어려운 청년들이 더 힘겨워한다는 얘기를 듣고 새벽만나를 다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8시 10분까지 청년 50여 명이 도시락을 받아 갔다. 신종 코로나 전 평균 100명 정도가 아침을 먹었던 것에 비하면 적은 인원이지만 교회 측은 “오늘은 도시락 첫날이고, 앞으로 더 많은 청년들이 찾아올 테니 내일도 열심히 새벽만나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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