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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공원 두 풍경 ① 롯데월드] 그곳엔 마스크도, 거리두기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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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공원 두 풍경 ① 롯데월드] 그곳엔 마스크도, 거리두기도 없었다

입력
2020.04.07 10:00
수정
2020.04.08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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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이 가봤다] 입장하자마자 마스크 금방 벗고 놀이기구는 빽빽이 앉아 타고

청소년 대상 할인 이벤트로 고객 모으고, 방역은 소홀하고

5일 오전 개장 시간 전부터 롯데월드 입구 앞에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청소년들. 이혜인 인턴기자
5일 오전 개장 시간 전부터 롯데월드 입구 앞에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청소년들. 이혜인 인턴기자

2주간의 전 국민적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충분히 줄지 않자 정부는 지난 4일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의 2주 연장을 결정했다. 코로나19 상황을 생각하면 쉽사리 거리두기를 그만두자고 목소리를 높일 수 없는 노릇이지만, 그래도 또다시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사실만으로 답답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어린이나 청소년들은 더 그렇다. 바람도 쐬며 친구들과 뛰어놀고 싶고 따뜻한 봄 햇살도 느껴보고 싶지만 갈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 그래서 이들이 찾는 곳이 놀이공원. 과연 놀이공원은 괜찮은 걸까.

한국일보 인턴기자들이 서울 롯데월드와 경기 용인 에버랜드를 직접 가봤다. 과연 놀이공원 측이 충분한 대비를 하고 고객을 맞고 있는지.

마스크 쓰지 않아도 입장에 문제 없던데요

5일 오전 롯데월드 입구에서 관악대가 연주하는 모습. 이혜인 인턴기자
5일 오전 롯데월드 입구에서 관악대가 연주하는 모습. 이혜인 인턴기자

일요일인 지난 5일 오전 9시40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입구. 개장 시간인 10시까지 20분 정도 더 남았는데도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 있었다. 예상보다 많은 인원에 놀라 매표소 직원에게 최근 상황을 물어보니 “없는 게 이 정도다. 토요일인 어제(4일)는 훨씬 많았다”고 답했다.

잠시 후 관악대가 나와 입장 시간을 알리는 공연을 했다. 10명이 좀 넘는 인원이 입장 대기 줄 옆에서 원을 만들고 바깥을 향한 채 트럼펫과 트럼본 등 각종 관악기를 불었다. 마스크를 쓸 수 없었을 연주자들이 입장 대기 줄 바로 옆에서 관악기를 부는 모습에 그들의 비말(침)이 걱정됐다. 하지만 건너편에 보이는 학생들은 박자에 맞춰 춤을 추는 등 마냥 신이 난 듯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입장은 가능했다. 한 안내 직원은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고 입장 불가는 아니지만 쓸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은 “안에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이 많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공원 안에서 취재에 응한 청소년들도 모두 “마스크 쓰라는 말이 없었다”고 전했다.

입학식 아닌 롯데월드에서 교복 개시하는 신입생들

5일 교복을 입은 청소년들이 롯데월드 안을 걸어 다니고 있다. 이혜인 인턴기자
5일 교복을 입은 청소년들이 롯데월드 안을 걸어 다니고 있다. 이혜인 인턴기자

공원에 들어설 때부터 교복을 입은 청소년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간식을 먹거나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중간중간 휴대폰을 꺼내 들고 ‘셀카’를 찍을 때는 마스크를 벗어 화면에 나오지 않게 손에 들고 있거나 주머니에 넣어 버렸다. 한 번 주머니로 들어간 마스크가 다시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었다.

개학이 미뤄져 학교에 가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교복을 입고 놀이공원에 모인 것이 의아했다. 롯데월드는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한창 진행 중이던 1일부터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온라인 선착순 특별 예매 우대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서울 노원구의 중학생 이모(15)군은 “교복을 입고 오면 할인을 해준다기에 왔다”며 “페이스북을 보니 최근 친구들이 많이 놀러 가길래 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롯데월드에서 새 교복을 처음 입었다는 학생도 여럿 있었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김모(17)군은 “신입생이지만 학교에서 교복을 입어본 적이 없어 롯데월드에 오면서 오늘 친구들과 처음으로 교복을 입어 봤다”며 “학교를 못 가니 새 교복을 입을 일도 없었는데 이렇게라도 입으니까 기분 좋다”라며 멋쩍게 웃었다. 고3 이모(19) 양은“학창시절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교복을 입고 추억을 남길 장소가 마땅히 없어 왔다”며 “친구들도 교복을 많이 입고 온다”라고 전했다.

놀이공원 댄서들은 마스크 없이 춤을 췄다

5일 롯데월드에서 교복을 입은 댄서들이 등장해 ‘하이스쿨 댄스파티 플래시몹’을 공연하고 있다. 임수빈 인턴기자
5일 롯데월드에서 교복을 입은 댄서들이 등장해 ‘하이스쿨 댄스파티 플래시몹’을 공연하고 있다. 임수빈 인턴기자

롯데월드는 중고생 대상 할인 이벤트뿐만 아니라 학교를 콘셉트로 하는 ‘롯데월드! 학교가 되다! LET’S PLAY SCHOOL’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세젤예교(세상에서 제일 예쁜 학교)’라는 공간을 만들어 내부에 교실, 과학실, 미술실 등 입장객들이 교복을 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했다. 교복을 입은 청소년들은 기념 사진을 찍기 위해 곳곳에서 줄을 서 있었는데 역시 마스크를 쓰지 않는 이들이 착용한 이들보다 많았다.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하이스쿨 댄스파티 플래시몹’ 공연도 있었다. 예고되지 않은 시간에 20명 가까운 댄서들이 교복을 입고 깜짝 등장했는데, 관객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춤을 추는데도 아무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현장 직원들은 모두 철저히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공연 댄서들에게는 마크스 착용을 권고하지 않은 듯했다.

마스크 안 써도 말리는 직원은 없어

5일 롯데월드에서 많은 청소년들이 마스크를 벗은 채 놀이기구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이혜인 인턴기자
5일 롯데월드에서 많은 청소년들이 마스크를 벗은 채 놀이기구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이혜인 인턴기자

현장에서 만난 청소년들은 대부분 부모님이 롯데월드에 놀러 가는 것을 말렸다고 했다. 금천구에 사는 고등학생 정모(17)군은 롯데월드에 가겠다고 말하자 부모님이 “이 상황에 어딜 가느냐”며 혼이 났다고 했다. 더 혼나기 싫었던 정군은 결국 부모님 몰래 친구들과 왔다고 했다. 같은 학교 친구 김모양은 “혼날까 봐 부모님께 알리지 않고 그냥 왔다”고 했다.

부모님을 설득하고 온 청소년들도 있었다. 성동구의 고등학생 김모(17)양는 “부모님이 롯데월드에 가면 안 된다고 했지만 롯데월드 홈페이지를 보니 열 감지기도 있고 손 소독제도 비치돼 있어 안전하다고 했더니 보내 주셨다”고 답했다. 금천구의 고등학생 임모(19)양는 “부모님이 걱정은 했지만 마스크를 잘 쓰기로 약속하고 왔다”고 했다.

그러나 인터뷰에 응한 청소년들 중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학생들이 많았다.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은 중학생 최모(13)군은 “아까 치킨을 먹다가 마스크에 소스가 묻어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설명했다. 노원구의 중학생 이모(15)양은 “코로나19가 걱정되기는 하지만 사진을 계속 찍다 보니 화장도 지워지고 불편해 벗었다”며 “친구는 정신 없이 놀다가 마스크를 잃어 버렸다”고 답했다.

공원 내 직원들이 마스크 착용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거나 권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후가 되자 기온이 올라가 답답함에 마스크를 벗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이를 말리는 직원은 없었다. 마스크를 벗고 다니던 임모(19)군은 “마스크 안 써도 별 말 없더라”고 답했다.

빈자리 없이 꽉 채워 운행하는 놀이기구

5일 롯데월드 안에는 ‘건강 거리두기’ 안내판을 세우고 바닥에는 1.5m 간격으로 테이프를 붙여놨다. 이혜인 인턴기자
5일 롯데월드 안에는 ‘건강 거리두기’ 안내판을 세우고 바닥에는 1.5m 간격으로 테이프를 붙여놨다. 이혜인 인턴기자

놀이공원의 하이라이트 야외 어트랙션(탈 컷)을 기다리는 줄에는 사람들이 서로 바짝 붙어 서 있었다. 바닥에는 거리두기를 돕기 위해 노란색 테이프를 1.5m 간격으로 일정하게 붙여 놓았지만, 테이프 간격을 지켜 줄을 선 입장객은 거의 없었다. 기구를 타러 들어가기 직전에 직원이 “거리두기를 해야 하니 앞 사람과의 간격을 지켜달라”고 외쳤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이 구간을 지나자 기구를 탈 때까지는 다시 앞뒤 사람과 바짝 붙어 줄을 설 수밖에 없었다.

기구를 탈 때도 ‘건강 거리두기’가 없는 곳이 많았다. 옆자리와 뒷자리에는 평소처럼 당연히 입장객이 탔고, 탑승객이 홀수여서 모든 좌석에 탑승객을 앉힐 수 없으면 홀수로 온 일행을 찾아 한 자리도 빈자리 없이 운행했다. 바이킹의 경우 테이프를 붙여 좌석을 폐쇄해 입장객들이 띄엄띄엄 앉을 수 있도록 조치하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놀이기구는 그렇지 않았다.

“손 소독제요? 죄송해요, 여긴 없어요”

5일 롯데월드 안의 한 어트랙션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이혜인 인턴기자
5일 롯데월드 안의 한 어트랙션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이혜인 인턴기자

한 어트랙션을 탄 뒤 직원에게 손잡이 소독을 언제 했느냐고 물었더니 30분에 한 번씩 방역을 한다고 답했다. 놀이기구가 2분 간격으로 운행되니 15명이 한 손잡이를 소독 없이 돌려 잡는 셈이다. 2시간에 한 번씩 소독을 한다고 안내하는 기구도 있었다. 기자가 불안함을 털어놓으며 손 소독제를 줄 수 있느냐고 묻자 마이크를 찬 직원은 “여기 있다”며 손 소독제를 찾는 듯하더니 마이크를 끄고 “이곳에는 손 소독제가 없으니 다른 곳에서 찾아보시라”고 안내했다. 그곳에서 한참 뒤 발견한 손 소독제 통은 비어 있었다. 엘리베이터와 기구 앞 몇 군데에는 손 소독제가 비치돼 있긴 했지만, 넓은 놀이공원 공간에 비해 충분한 물량이 아니어서 찾기가 쉽지 않았다.

마스크 착용 강제? “아직 내부 검토 중”

롯데월드 안에 비치돼 있는 손 소독제. 강보인 인턴기자
롯데월드 안에 비치돼 있는 손 소독제. 강보인 인턴기자

롯데월드는 6일 중고등학생 대상 프로모션을 돌연 중단했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달의 혜택 중 ‘교복을 입고 세젤예교로’, ‘4월 중고등학생 온라인 선착순 특별예매’, ‘감성교복 패키지’ 등 중고등학생을 겨냥하던 프로모션은 모두 조기 종료됐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7일 “회사 측의 취지와 다르게 이런 시국에 입장객을 끌어 모으기 위해 새롭게 시작한 행사처럼 비춰져서 행사를 종료했다”며 마스크 착용을 의무적으로 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마스크 착용 권고와 거리두기에 관한 안내 방송을 매 30분마다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공연 관람 시 좌석 수를 반으로 줄여 4인용 의자에 한 명씩 앉도록 안내하고 있고 극장형 어트랙션의 경우에는 운행을 중단한 상태”라며 “이런 매뉴얼이 존재하지만 현장 직원이 실수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혜인ᆞ강보인ᆞ임수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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