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양극화, 불편한 민낯] <5>뜨고…지고…업종별 명암
현대렌탈케어의 올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2% 급증했다. 2015년 렌탈 사업 시작 이후 분기별 매출 신장률 가운데선 최대치다. 렌탈 상품 판매 대수가 35% 늘었고, 특히 정수기 렌탈에 새로 가입한 고객 계정이 54% 증가했다. 현대렌탈케어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현대렌탈케어 관계자는 “생수를 사다 마시던 소비자들이 집에서 정수기를 쓰기 시작했고, 깨끗한 환경을 위해 공기청정기와 의류관리기를 들여놓는 가구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올 1분기 CJ푸드빌의 외식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의 30% 수준까지 주저앉았다. CJ푸드빌 관계자는 “4, 5월은 연말과 맞먹는 성수기인데 빕스, 계절밥상, 더플레이스 모두 개점 휴무 상태”라며 “매장 철수만은 막기 위해 영업시간 단축, 브레이크 타임 운영 등으로 버티고 있다”고 토로했다. 결국 CJ푸드빌은 부동산 매각과 신규 투자 동결, 경영진 급여 반납 등 강도 높은 자구안 시행에 나섰다.
코로나19로 산업 현장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비대면(언택트) 소비와 위생 강화 트렌드가 렌탈업계엔 성장의 기회가 됐지만, 외식업계엔 치명타를 안겼다. 사람들이 모여야 잘 되는 업종과 굳이 만나지 않아도 되는 분야의 명함이 코로나19 영향으로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셈이다.
◇비대면 기술 호황, 대면 판매현장 울상
비대면 재택근무와 온라인 모임이 확산되면서 이를 지원하는 응용 소프트웨어(앱)나 관련 프로그램을 서비스하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대박’이 났다. 미국이 코로나19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지난달 13일 이후 2주 동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네이버 밴드의 미국 내 신규 가입자 수는 직전 같은 기간 대비 81% 늘었다. NHN의 업무 협업 플랫폼인 ‘토스트 워크플레이스 두레이’의 경우엔 화상회의 접속률이 코로나19 이전보다 25배 증가했다.
비대면 출입 솔루션 수요 또한 치솟았다. 마스크를 쓰고 열이 나지 않아야 들어갈 수 있는 얼굴인식 출입 시스템을 자사 건물에 적용한 LG CNS는 코로나19 이후 타 기업들의 해당 기술 도입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현장 판매 업종은 정반대다. ‘얼리 어답터(신제품 마니아)’들로 늘 북적였던 서울 광진구 강변 테크노마트는 한산한 모습이다. 이곳의 한 휴대폰 판매점주는 “사람들이 집단 상가에는 아예 방문을 꺼리면서 내방객이 코로나19 전과 비교해 80~90% 줄었다”고 걱정했다.
백화점이나 쇼핑몰 입점 매장의 상황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입점 브랜드 업체에서 월급을 받지 않고 개인사업자로 일하는 매장 관리자들은 물건을 하나라도 팔아야 생계가 유지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비대면 서비스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판매 현장은 어려움이 크다”고 전했다.
◇마케팅도 바꾼 언택트…라이브 뜨고 방판 지고
언택트 트렌드는 마케팅 방식까지 바꿔 놓았다. 동영상이나 SNS 대응에 익숙한 기업들은 이번 기회에 온라인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면서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매장에서 매일 실시간으로 제품을 소개, 판매하는 ‘라이브 커머스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3월 한 달간 누적 시청 수는 1만8,000회로 서비스를 시작한 지난해 12월보다 5~6배 늘었다”며 “건강기능식품, 의류, 화장품이 ‘완판’되는 등 고객들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출시부터 판매까지 절차를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게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현대차는 지난달 제네시스 G80과 올 뉴 아반떼를 온라인 생중계로 세계 시장에 공개했다. 르노삼성차가 온라인 청약채널에서 진행한 신차 XM3 사전계약의 누적 대수는 1만6,000대를 넘었다.
반면 식품·화장품 기업들의 주요 마케팅 수단인 방문판매는 위축됐다. 온라인 쇼핑의 공세 속에서도 고급 이미지와 맞춤 서비스를 무기로 살아남은 방판이 바이러스의 공략에 흔들리고 있다. 방판 직원을 통해 코로나19에 감염될까 우려한 일부 고객들이 서비스 이용을 중단하면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건물에는 방판 직원의 출입이 금지된 상태다.
풀무원 계열사들의 녹즙과 도시락 등 방판 서비스 구독자는 코로나19 이전보다 약 20% 줄었다. LG생활건강은 화장품 방판 신규 모집을 일시 중단했고 기존 방판 서비스는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매출의 90% 이상이 방판에서 발생하는 한국야쿠르트도 고객들을 온라인으로 유도하는 중이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집이나 사무실에서 대면하길 꺼리는 고객들의 경우 앱을 통해 지정한 장소나 시간대에 맞춰 제품을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은 곤두박질, 리퍼브는 상승세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항공업계는 말 그대로 고사 직전이다. 국내·국제선을 합한 3월 항공 여객 수는 174만3,583명이다. 수치가 200만명 아래로 떨어진 건 1997년 집계 시작 이후 처음이다. 한국항공협회는 국적 항공사의 올 상반기 매출 피해를 최소 6조4,451억원으로 추산했다. 결국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의무 무급휴가를, 이스타항공은 300명 넘는 인력 감축을 결정했다.
이 와중에 롯데 프리미엄아웃렛 경기 파주점과 이천점에선 이달 신규 매장이 문을 연다. 고객 변심으로 반품됐거나 진열됐던 상품을 할인 판매하는 ‘리퍼브’ 매장이다. 오프라인 시장이 침체에 빠진 2, 3월 롯데아웃렛 광교점과 광명점의 리퍼브 매장은 한 달 평균 1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리퍼브 제품으로 몰린 것이다. 임현정 롯데백화점 바이어는 “불황 속 실속 소비를 추구하는 고객들을 겨냥해 리퍼브 매장들을 계속 선보일 예정이다”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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