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 자가격리 116명…손님도 다수
“온 나라가 사회적 거리두기인데 술집 가냐” 비난 여론
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형 룸살롱의 여직원 2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로 판명되자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전 국민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는데 어떻게 접대부가 나오는 술집에 갈 수 있느냐”는 분노가 쏟아진다. 확진 판정을 받으면 동선 등 ‘치부’가 드러날 수 있다는 우려에 “당분간 유흥을 끊겠다”는 남성들도 줄을 잇고 있다.
8일 강남구 및 방역당국에 따르면 역삼동 유흥주점 종업원 A(36ㆍ여)씨와 관련해 자가격리 통보를 받은 인원은 116명에 이른다. 업소 직원을 비롯해 손님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업소에서 일하는 A씨의 룸메이트도 확진 판정을 받아 자가격리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1차적으로 A씨와 접촉한 자가격리 대상자들에게 검체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며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검사자의 가족 등도 자가격리 대상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드디어 터질 게 터졌다”며 혀를 찬다. 밤마다 성황이던 룸살롱과 클럽, 감성주점은 신종 코로나 확산의 ‘시한폭탄’으로 지목됐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여성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른다. 이날 서울 서초ㆍ강남ㆍ송파구의 온라인 맘카페에는 “말 안 듣는 어른들 때문에 피해를 보는 건 학교 가고 싶어하는 아이들” “역삼동 미용실, 헬스장은 한동안 못 가겠다”는 비판과 걱정이 주를 이뤘다. 한 카페 회원은 “가정 있는 남자들, 가족들한테 옮기고 창피해서 말도 못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유흥업소에서 확진자와 접촉할 경우 동선이 공개돼 사회적 망신을 피할 수 없게 되자 주점, 클럽 등의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절클’하겠다” “집에 박혀 있어야겠다” 등의 반응이 속속 올라온다. 회사원 김모(31)씨도 “지난주에도 사람 몰리는 건 카페랑 비슷하다는 생각에 강남역 포차에 갔는데 혹시나 문제가 생길까 우려돼 앞으로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룸살롱 여종업원 확진 소식이 퍼진 7일 밤 강남 일대 대다수 유흥업소들은 약속이나 한 듯 문을 닫아 걸기도 했다. 대리운전 경력 3년차 신대희(34)씨는 “새벽 에 선릉역 근처에서 2시간 동안 대기했는데 콜을 딱 한 건 받았다”라며 “이렇게 강남 일대에 손님이 없는 건 처음”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일부 업소들은 운영 방식을 바꿔 ‘꼼수’ 영업을 하는 등 비상식적인 행태를 이어가기도 한다. 서울 이태원에서 DJ로 활동하는 최진수(29ㆍ가명)씨는 “이 일대 클럽에선 요즘 춤을 추는 대신 조용한 바(bar) 형태로 영업을 하는 곳이 많다”고 전했다.
한 커뮤니티에는 강남 클럽 대부분이 영업을 중단한 가운데 홍대 모 클럽이 유일하게 문을 열었다는 정보가 올라오자 수십 개의 감사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김수진(28ㆍ가명)씨는 “일주일에 한 번 강남 클럽을 가는데, 물론 무섭긴 하지만 여기서 논다고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부랴부랴 강력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시는 이날부터 정부의 휴업 권고에도 영업을 하던 룸살롱, 클럽 등 유흥주점 422곳에 오는 19일까지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우리 공동체를 위기에 빠뜨리는 무분별한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클럽 등 유흥주점에서 행정명령이 준수되고 있는지 단속하고 위반 업소는 강력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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