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주차 사고의 비율은 꽤 높다. 지난해 보험개발원 통계를 보면 자차나 대물사고 중 주차 사고의 비율은 30% 수준이다. 인구 대비 많은 자동차 대수와 이면도로, 좁은 주차장 등 복잡하고 협소한 도로 사정 탓에 주차 사고 비율이 높은 편이다.
갓 면허증을 딴 운전 새내기들에게 도로 주행보다 두려운 건 주차다. 주차만 누가 대신 해주면 운전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딜가나 주차가 힘들어 핸들을 돌렸다 풀었다를 수십번 하면서 혹시나 주차된 다른 차를 긁지나 않을까 진땀을 빼는 경우도 흔하다. 그래서 요즘은 고객을 끌기 위해 대리주차 즉 발렛파킹 서비스를 하는 상점들도 적지 않다. 언제 어디서나 발렛파킹이 되면 좋겠지만 이 또한 선택지가 많은 편은 아니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자동차와 차 부품 회사들이 도입한 게 센서를 활용한 원격 주차 시스템이다. 현재까지 선보인 원격 주차 유형은 크게 두 가지다. 주차 구역까지 운전자가 차를 몰고 가서 주차 공간 바로 앞에서 자동 주차하는 ‘원격전자동주차시스템(RSPA)’과 건물 출입구, 마트 입구 등에서 내리면 차가 알아서 주차장을 찾아 들어가서 빈 공간에 주차하는 보다 완벽한 의미의 ‘오토발렛파킹(AVP)’이다.
RSPA는 하차 후 스마트키 또는 스마트폰으로 원격 주차하는 ‘원격 스마트 주차’와 차량에 탄 채로 차량 스스로 주차하게 하는 ‘스마트 주차’로 나눠진다. 우선 원격 스마트 주차는 운전자가 차에서 내리고, 스마트키나 스마트폰을 통해 차를 멀리서 조종하는 방식이다. 조종한다고는 하지만 버튼만 누르면 차는 알아서 주차 포지션으로 이동한다. 입차나 출차, 직각 주차, 평행 주차 모두 가능하다. 스마트 주차는 차량에 장착된 RSPA 작동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차량 스스로 공간을 찾아서 주차를 한다.
이런 기능이 가능한 건 자동차 전·후·측방에 주차공간을 탐색하기 위한 12개의 초음파 센서가 탑재됐기 때문이다. 센서가 파악한 주변 공간 정보는 차량 제어장치(ECU)가 스티어링휠, 기어변속, 가속, 정지 등 모든 운전을 제어하는데 이용된다. 이 기술은 현대자동차 수소전기차(FCEV) ‘넥쏘’부터 상용화된 상태다.
이보다 좀 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AVP는 실도로 자율주행 축소판으로 ‘인지-측위-판단-제어’ 기능이 모두 적용된다. 주차빌딩 등 다층 구조에서도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차량 대 인프라(V2I)’ 통신이 필요하다. 오차범위 20㎝ 이내 기하정보를 제공하는 고정밀지도(HD맵)와 고해상 장애물 데이터를 검출하는 ‘라이다’ 센서는 기본이다. 또 최소 12개(전후 8개·전후측방 4개)의 장·단거리 초음파센서와 사방 4개의 서라운드뷰모니터(SVM) 카메라를 장착해야 한다.
전방에 장착된 라이다는 145도 범위에서 최대 325m까지 인식할 수 있다. 전방 카메라는 52도 범위에서 사물이나 사람을 파악하고, SVM 카메라는 4m 범위 내의 360도 전방위를 인식해 충돌을 방지한다. 카메라는 사람의 눈처럼 글자, 선, 색상 등을 구별해 주차공간을 찾아낸다. 빈 주차 구역에 차가 거의 다가오면 이때엔 초음파센서의 도움을 받아 충돌을 방지한다.
AVP에선 주차구역 내외에 설치된 각종 측위 인프라와 긴밀한 정보통신을 통해 정밀하게 위치를 측정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업계에선 적외선·근거리무선통신(블루투스) 신호 발생기, 전자태그(RFID), 무선인터넷(와이파이)과 초고속 무선 근거리 통신망(UWB) 등 다양한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
AVP는 궁극적으로 가장 완성된 기술 단계인 ‘관제기반 방식’에 이르게 된다. 이 때는 주차건물 내 모든 트래픽을 관리하는 ‘통합관제센터’가 등장한다. HD맵과 주차공간 정보 등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는 ‘로컬관제센터’도 필요하다.
이런 관제센터 데이터는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끊임없이 업데이트되고 자율주행차와 교환된다. 관제센터는 자율차에 특정 경로를 따라가라는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운전자는 스마트디바이스 등을 통해 차량 상태를 파악하고 자동 주차와 출차 명령을 내리면서 주차비도 자동결제 하게 된다.
이런 AVP는 2025년께 기술적 완성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궁극적으로 AVP 관련 기술은 미래 스마트시티 지형도 크게 변화 시킬 전망이다. 이 기술이 현실화되면 주차 구역내 겹겹이 주차가 가능하다. 기존에 사람이 지나가던 사이 공간이 필요 없어져 공간 활용성이 크게 늘어나는 것이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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