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녹음실 부스, 마이크 앞에 담담히 서 있는 한 여성의 얼굴에는 몇 년의 세월조차 채 지워내지 못한 고통의 흔적이 남아 있다. 푸른색 후드 집업을 턱밑까지 꽉 여민 끝에 달아둔 노란 리본은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 말을 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는 결의 같다. 세월호 희생자 이창현군의 어머니, 416 합창단장인 최순화씨 모습이다.
아들에게 보내는 손 편지를 육성으로 녹음하던 이날, 순화씨는 아들의 어린 시절 옷을 꺼내 입었다고 한다.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학생의 부모, 일반 시민단원들이 함께 하는 416 합창단은 지난 6년 순화씨처럼 온몸으로 아이들을 노래하며 기억하려 애썼다.
그 사무치는 활동 기록이 ‘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문학동네)’에 사진과 글, 음반으로 담겼다. 416 합창단은 세월호 아이들을 기억하는 현장을 비롯해 이 땅에서 상처받고 외면 당한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노래를 불렀다. 함께 마음을 나눴던 소설가 김훈은 “사람의 목소리로 사람의 슬픔을 감싸서 슬픔을 데리고 슬픔이 없는 나라로 가고 있다”고 했고, 소설가 김애란은 “자신들의 숨결로 누군가의 슬픔과 고통 사이에 사다리를 놓는 분들이 있다”고 적었다. 슬픔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위로가 됐고 사랑과 희망을 싹 틔었다.
다시 4월이다. 아무리 목청껏 노래를 불러도 아이들이 살아 돌아오지는 못한다. 그러나, 세월호의 아이들을 기억하려는 우리 마음만 있다면, 416 합창단의 노래는 끊기지 않을 것이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