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동네 초등학교에서는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학생들에게 새 학기 교과서를 나누어 주었다. 어린이들은 ‘클래스팅 앱’에 미리 공지된 교과서 배부 시간표에 따라 30분당 2개 반씩 정해진 시각에 학교로 갔다. 교문을 들어선 어린이들은 2m 간격으로 줄을 서서 운동장 한 바퀴를 빙 돌아 교문을 나오며 교과서를 받을 수 있었다.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병행한 학교도 있다 하니, 물리적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심한 노력이 보인다.
평소 ‘학교 가기 싫다’ ‘개학이 싫다’던 어린이들이 여태 개학을 못 하고 집에만 있으면서 ‘학교 가고 싶다’ ‘어서 개학 좀 해 보자’고 노래를 부르던 참이었다. 교실에서 함께 어울려 놀며 공부하고 싶던 마음은 어린이나 교사나 마찬가지였나 보다. 우리 집 어린이에게 교과서를 나눠 준 담임교사는 마스크를 쓰고 서로 눈빛만 마주한 채로도 어린이에게 “예쁘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결국 온라인으로 개학을 하게 되고 교실에서 만나려면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모르는 반 학생이 얼마나 반갑고 기특하고 안타깝고 애틋했을지 충분히 짐작된다.
이런 시국인데, 서울 한복판에서 여태 영업하던 룸살롱에서 확진자가 나오고 역학조사마저 난항을 겪는다는 뉴스를 보자니 분노가 치민다. 재택근무로 부분 혹은 전면 전환해도 업무에 별다른 차질이나 결손이 없다고 확인되는 마당에, 룸살롱 ‘접대’가 필수불가결한 기업문화라고 변명될 여지가 있나. 꽃놀이조차 질타되는 이때에 여전히 성적 서비스를 사려고 헤매는 이들은 미성년자를 성착취한 동영상에 ‘호기심’을 가진 26만 명 범죄자와 과연 얼마나 차이가 날까.
룸살롱 출입자들은 종교 집단이 그랬듯 역학조사에서도 비협조적이고 은폐하려 든다니 어둠은 단지 자신만을 어둠에 두지 않고 모든 이에게 해악이 된다는 걸 또다시 확인한다. 온 나라가 4월의 아름다운 봄빛도 마음껏 누리지 못하고 우리 모두를 위해 아끼고 참는 이때에 그 어둠과 해악이 더욱 선명히 대비되어 포착된다. 밝은 봄빛 속에서 뛰놀아야 할 어린이들은 정작 학교도 못 가는데!
김유진 어린이문학평론가ㆍ동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