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등 53만명 첫 투표권 ‘영 파워’… “정치도 체계적 교육을”
“학교에서 비밀투표의 원칙은 숱하게 배웠지만, 막상 투표를 하려고 하니 와 닿지 않네요.”
서울 구일고 3학년 박신영(18)양은 4ㆍ15총선에서 처음으로 투표를 한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개정 공직선거법으로 투표권이 만 18세 이하로 내려가면서 처음으로 국회의원 선거를 하게 된 것이다. 박양은 “역사를 보면 유관순 열사처럼 사회 개혁엔 늘 고딩(고등학생)이 있었다. 이번 투표로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선거법 개정으로 이번에 첫 투표권을 갖게 된 만 18세 이하 유권자는 약 53만명이다. 만 19세 유권자(61만명)까지 합치면 114만명 이르기 때문에 이들의 ‘영 파워’를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선거를 앞둔 만 18세 유권자들은 첫 투표에 대한 기대 못지 않게 걱정이 앞서는 분위기다. 어떻게 해야 자신의 권리를 올바르게 행사하는 것인지 학교나 정치권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아 막막하기 때문이다. 박양은 “각 정당의 정체성과 정책을 판단할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양처럼 길라잡이가 없는 선거에 답답해 하는 10대 유권자는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일보와 한국청소년재단, 공공의창은 최근 서울 서대문청소년센터에서 서울에 거주하는 만 17~ 19세 청소년 8명과 함께 ‘교복 입은 유권자가 바라본 첫 총선’이란 주제로 대화의 장을 열었다. 이들은 청소년 인권 운동을 하는 학생들로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은 축에 속한다. 하지만 이들 조차 선거에 대한 자세한 교육 없이 진행되는 것에 불안감을 내비쳤다. 우신고 3학년 송민혁(18)군은 “학교에선 정치 성향을 드러내면 안 된다는 이유로 선거에 대해 잘 알려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암고 3학년 박지은(18)양은 “어떤 공약이 좋은지 생각하는 과정을 잘 모르겠는데 물어볼 곳이 없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정치적 편향화에 대한 우려로 선거 교육에 제동이 걸리면서 정작 선거에 필요한 정보까지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에 대한 선거 교육은 선거 자체뿐 아니라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전체 4,400만여명의 유권자 중 10대는 2.6%에 불과하다. 하지만 과거 총선을 보면 수도권을 중심으로 5%포인트 안팎에서 당락이 갈리는 접전 지역이 많아 경우에 따라서는 이들의 표심이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더구나 이들은 선거를 통해 관철시키고자 하는 생각도 뚜렷했다. 이날 참석한 학생 중에는 아직 제도권 교육의 언저리에 있다는 점에서 주로 교육정책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지민(19)양은 “정치인들은 자신의 자녀가 대학 입시에서 벗어나면 학생들은 고려하지 않고 (입시 정책을) 마음대로 바꾸는 것 같다”며 학생들의 편에서 정책을 펴는 정당이나 후보를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선거 교육과 관련해 이들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선거교육 전문가’를 파견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원했다. 황준석(19)군은 “정치도 성교육이나 금융교육처럼 전문가들이 주기적으로 가르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공공의창은 14개 여론조사 및 데이터분석 민간기관이 모인 비영리공공조사네트워크로 2016년에 출범했다. 정부나 기업의 의뢰를 받지 않고 비용은 자체 조달해 매달 1회 ‘의뢰자 없는’ 공공조사를 실시해 발표하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