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생일(태양절) 앞두고 정통성 강조ㆍ내부 결집용 분석
올해 첫 최고인민회의엔 불참 전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올해 첫 최고인민회의가 열리기 앞서 포병훈련을 참관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복장을 거의 따라 입고 나서 김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4월 15일)을 앞두고 권력 승계의 정통성을 강조하고 내부 결집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은 이날 일제히 “김 위원장이 인민군 군단별 박격포병구분대들의 포사격훈련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훈련 일시 등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하루 정도 시차를 두고 공개하는 북한 매체 특성상 전날 평양 외부에서 훈련이 이뤄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구분대별로 명중 발수, 임무 수행에 걸린 시간을 종합해 순위를 겨루는 경쟁 방식으로 진행된 훈련을 참관한 후 김 위원장은 “마치 포탄에 눈이 달린 것만 같이 목표를 명중하는 데 오늘은 정말 기분이 좋은 날”이라고 평가하고 순위 별로 메달과 휘장 등을 수여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일각에선 앞서 북한이 공개해왔던 초대형 방사포나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아닌 박격포 훈련을 공개한 목적을 주시했지만, 무엇보다 김 주석을 연상케 하는 김 위원장의 복장이 보다 관심을 끌었다. 매체들이 공개한 사진과 영상을 보면, 김 위원장은 김 주석이 즐겨 쓰던 헌팅캡을 썼다. 특히, 흰 셔츠를 입고 겉옷을 풀어헤친 모습 등은 김 주석과 흡사하다는 평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 최대 명절인 태양절을 앞두고 내부적으로 선대 정권을 계승했다는 정통성을 과시하기 위해 북한 주민들의 향수를 자극해 내부 결집을 다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이렇게 평양 외부에서 사격 훈련을 참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날 열린 최고인민회의에는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정기국회 성격을 갖는 최고인민회의는 북한 헌법상 최고 주권기관으로, 매년 4월쯤 정기회의를 열어 헌법과 법률 개정 등 국가정책의 기본원칙 수립, 주요 국가기구 인사, 예산안 승인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지난해에는 이례적으로 이틀간 진행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불참설이 제기되는 건, 지난해 연말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7기 5차 전원회의에 참석한 김 위원장이 ‘정면돌파전’을 강조하며 ‘역사적 보고’를 한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대처하느라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 최고인민회의에서도 코로나 관련 예상 증액 등 실무적인 내용이 결정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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