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속 교회들의 신앙 지키는 법
경기 성남 분당구에 위치한 분당소망교회는 12일 기독교 최대명절인 부활절을 맞아 특별한 예배를 진행한다. 텅 빈 예배당이지만 신자들이 보내 온 사진 350여장을 놓고 예배를 드리기로 한 것. 신자들은 해당 예배에 실시간 온라인으로 참여하게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종교 행사를 포함해 집단으로 모이는 모임을 자제해 달라는 정부의 방침 속 교회가 내놓은 새로운 시도다.
분당소망교회는 앞서 5일 신자들이 보내 온 사진을 놓고 예배를 드렸는데 부활절을 앞두고 참여하겠다는 신자들의 요청이 많아 더 많은 신자들의 사진을 받아 예배를 드리기로 했다.
이러한 색다른 시도는 김태근 분당소망교회 담임목사가 독일의 한 성당이 지난달 29일 신자들의 사진을 놓고 미사를 진행했다는 외신을 보고 생각해 냈다. 독일의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아헤른 교구교회 신자들이 자신들의 사진을 성당에 보내 “미사에 직접 참여할 수 없지만 사진이라도 올려 놓고 미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고, 성당이 이를 실제로 적용했다.
김광호 분당소망교회 목사는 “처음에는 신자들의 참여가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가족이 참여했다”며 “직접 만날 수는 없지만 사진으로라도 예배 때 같이 있고 싶은 신자들의 마음이 컸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정부가 예배와 집회 자제 등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19일까지 연장한다고 밝힌 상황에서 기독교의 가장 큰 명절인 부활절(12일)을 앞두고 교회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신앙 활동에 나서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교회는 5일 각 가정에서 예배하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신자들로부터 모아 영상으로 제작해 부활절 온라인 예배에 공유하기로 했다. 또 부활절에 열렸던 달걀 나누기 등의 행사를 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면서도 부활절의 의미를 더하기 위해 영아부부터 중ㆍ고등부까지 함께하는 별도의 온라인 연합 예배를 처음으로 기획했다.
현병찬 창천교회 목사는 “공동체로 예배 드리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 역시 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며 “온라인 예배지만 성도들 모두가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부 교회는 거리두기와 현장 예배의 효과를 모두 누릴 수 있는 ‘드라이브인(Drive-in) 예배’를 시도한다. 서울 서빙고동과 양재동에 예배당이 있는 온누리교회는 부활절을 시작으로 매주 일요일마다 양재동 주차장에서 시간대별로 5부로 나눠 ‘드라이브 인 워십’을 진행한다고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온누리교회는 “드라이브인 예배는 지정된 주차장에서 자신의 차량 라디오를 통해 설교를 듣기 때문에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여의도순복음교회, 소망교회 등 대형교회들도 신자들이 참석하는 부활절 예배는 하지 않기로 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통상 장엄한 예식을 거행하는 부활대축일(12일)과 파스카성삼일(9~12일) 예식을 신자들이 참석하지 않는 가운데 열고 가톨릭평화방송 텔레비전과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하기로 했다.
앞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10일 부활절이 있는 이번 주말에 대면 집회를 최대한 자제해달라고 기독교계에 당부했다. 정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그 동안 종교계는 온라인으로 집회를 대신하는 등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왔고 감사 드린다”며 “만약 집회를 열 경우에도 참석자 간 (거리를) 1m 이상 확보하는 등 방역 준칙을 철저히 지켜달라”고 요청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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