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창당 이후 처음 만난 두 사람
주먹인사와 악수만 나누다 행사 끝자락에 포옹
정치권에서 흔한 ‘포옹 후 포즈’도 안 취해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마침내 만나 포옹을 했다. 두 사람은 총선 투표일을 사흘 앞둔 12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4ㆍ15총선 대국민 호소 유세’에서 만나 “함께 잘 하자. 뭉쳐서 문재인 정권을 이기자”고 다짐했다. 두 사람이 공개석상에서 만난 것은 지난 2월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의 통합, 즉 미래통합당 창당 이후 처음이다. 그 동안 공개 활동을 자제해 오다 최근 측근 후보들의 지원유세에 발벗고 나선 유 의원이 이날 종로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하면서 황 대표와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두 사람은 행사장에서 만나자마자 주먹 인사를 나누고 서로 팔꿈치를 맞잡았다. 포옹하는 듯한 분위기였지만 두 사람은 이내 손을 내렸고, 다음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이후 유세차량에 올라서도 3차례나 손을 맞잡아 올리며 포즈를 취했고, 각자가 연설을 마칠 때마다 서로 손을 잡아주며 격려해 주기도 했다.
기다리던 두 사람의 포옹 장면은 행사가 마무리된 후 헤어질 때에야 포착됐다. 서로 다른 일정을 위해 작별 인사를 나누던 중 짧게 포옹을 한 것인데, 주변에 있던 취재진이 구름같이 에워싸면서 두 사람은 한번 더 포옹을 해야 했다. 정치인들이 언론의 카메라 앞에서 포옹을 할 땐 카메라를 향해 얼굴을 모으거나 어깨동무 자세까지 이어지는 게 보통이다. 마주 보며 포옹만 할 경우 한 사람의 얼굴만 잘 보이고 나머지 한 사람은 얼굴 대신 뒤통수만 잡히기 때문이다. 취재진 입장에선 포옹한 두 사람의 얼굴까지 한 번에 담을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날 황 대표와 유 의원은 ‘포옹’만 했을 뿐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해 주지는 않았다.
지난 2월 범 보수통합 과정에서 두 사람의 회동은 끝내 불발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떠오른 ‘긴급재난지원급 50만원 지급’ 이슈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낸 그들이다. 투표일을 고작 3일 앞 둔 상황에서 이루어진 두 사람의 어색한 포옹에서 왠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오대근 기자 inlin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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