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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발견] 북한 전투기에 부착된 세습독재 선전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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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발견] 북한 전투기에 부착된 세습독재 선전물

입력
2020.04.1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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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부지구 항공 및 반항공사단 관하 추격습격기연대를 시찰한 가운데 김 위원장 뒤로 보이는 전투기 옆면에 김일성 삼부자의 방문을 기록한 붉은색 글자판이 큼지막하게 부착돼 있다. 그에 비해 국적을 표시한 인공기 라운델은 눈에 잘 안 띄는 기체 후미 아래에 부착돼 있어 대조적이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부지구 항공 및 반항공사단 관하 추격습격기연대를 시찰한 가운데 김 위원장 뒤로 보이는 전투기 옆면에 김일성 삼부자의 방문을 기록한 붉은색 글자판이 큼지막하게 부착돼 있다. 그에 비해 국적을 표시한 인공기 라운델은 눈에 잘 안 띄는 기체 후미 아래에 부착돼 있어 대조적이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또 다른 전투기 옆면에 부착된 지도자 방문기념 문구. 조선중앙TV 연합뉴스
또 다른 전투기 옆면에 부착된 지도자 방문기념 문구. 조선중앙TV 연합뉴스
조선중앙TV가 12일 보도한 북한 전투기 비행 장면. 기체 상부는 회색으로, 하부는 하늘색으로 도색해 위장했고 인공기 라운델은 잘 보이지 않는 후미 아래쪽에 부착했다. 하지만 김일성 삼부자의 흔적인 붉은색 글자판만은 가장 눈에 잘 띄는 위치에 붙어 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조선중앙TV가 12일 보도한 북한 전투기 비행 장면. 기체 상부는 회색으로, 하부는 하늘색으로 도색해 위장했고 인공기 라운델은 잘 보이지 않는 후미 아래쪽에 부착했다. 하지만 김일성 삼부자의 흔적인 붉은색 글자판만은 가장 눈에 잘 띄는 위치에 붙어 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가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부지구 항공 및 반항공사단 관하 추격습격기 연대를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밝은 표정으로 부대 관계자들을 격려하는 김 위원장의 사진 속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은 뒤편 ‘미그-29(MIG-29)’ 전투기 옆면에 큼지막하게 부착된 두 개의 붉은색 글자판이다.

글자판을 자세히 살펴보면, 김일성과 김정일 부자가 주체 77(1988)년 8월 17일에, 김정일 김정은 부자는 주체 97(2008)년 12월 27일에, 그리고 김 위원장이 주체 101(2012)년 1월 30일 이 비행기를 보아주었다는 내용이다. 이날 보도된 사진뿐 아니라 과거 비행훈련 사진들을 보면 다른 전투기에도 이 같은 글자판이 적지 않게 붙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글자판이 한 개인 경우도 있고 적혀 있는 내용도 각기 다르지만, 김일성 삼부자의 세습 독재 체제를 옹호하고 군부대의 충성을 강요하는 상징물인 점은 동일하다.

원래 없던 글자판이 새로 생긴 경우도 있다. 김 위원장은 2014년 10월 다수의 공군 부대를 연합해 실시한 ‘검열비행훈련’을 참관하고 직접 전투기에 올라 조종사들을 격려했다. 당시 보도된 사진에서 김 위원장이 탑승한 ‘550’번 미그-29 전투기에는 글자판이 붙어 있지 않았다. 그로부터 6년 후인 12일 이 550번 전투기의 이륙 장면이 담긴 사진을 자세히 보니 조종석 옆면에 붉은색 글자판 한 개가 붙어 있다. 사진 상태가 좋지 않아 글씨를 식별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경애하는 최고지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주체 103(2014)년 10월 30일 보아주신 비행기’라는 내용일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은 당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2014년 10월 항공 및 반항공군 제1017군부대, 제447군부대, 제458군부대 '검열비행훈련'을 참관하고 전투기 조종석에 탑승해 있다. 전투기 옆면에는 글자판이 붙어 있지 않다. 노동신문 연합뉴스
김정은 당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2014년 10월 항공 및 반항공군 제1017군부대, 제447군부대, 제458군부대 '검열비행훈련'을 참관하고 전투기 조종석에 탑승해 있다. 전투기 옆면에는 글자판이 붙어 있지 않다. 노동신문 연합뉴스
2014년 10월 김정은 당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항공 및 반항공군 제1017군부대, 제447군부대, 제458군부대 '검열비행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이날 김 위원장이 탑승한 전투기 옆면에는 글자판이 붙어 있지 않다. 노동신문 연합뉴스
2014년 10월 김정은 당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항공 및 반항공군 제1017군부대, 제447군부대, 제458군부대 '검열비행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이날 김 위원장이 탑승한 전투기 옆면에는 글자판이 붙어 있지 않다. 노동신문 연합뉴스
2014년 10월 김정은 당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직접 탑승한 '550'번 미그-29 전투기. 노동신문 연합뉴스
2014년 10월 김정은 당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직접 탑승한 '550'번 미그-29 전투기. 노동신문 연합뉴스
조선중앙TV가 김 위원장의 서부지구 항공 및 반항공사단 관하 추격습격기연대 시찰을 보도한 사진 중 '550'번 미그-29 전투기의 이륙 장면이 포함돼 있다. 조종석 옆면에 붉은색 글자판 한 개가 부착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조선중앙TV가 김 위원장의 서부지구 항공 및 반항공사단 관하 추격습격기연대 시찰을 보도한 사진 중 '550'번 미그-29 전투기의 이륙 장면이 포함돼 있다. 조종석 옆면에 붉은색 글자판 한 개가 부착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북한 공군은 최근 몇 년 사이 전투기에 위장색을 도입해 왔다. 기체 상부는 회색, 하부는 하늘색으로 칠하는 식이다. 북한 공군의 주력기인 미그-29기의 경우 위장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 같은 도색은 물론 붉은색 인공기 라운델(표식)까지도 눈에 띄지 않는 후미 아래쪽에 부착했다. 그러나 김일성 삼부자의 흔적만은 눈에 가장 잘 띄는 위치에 새빨간 색으로 대문짝만 하게 붙여 놓은 점은 아이러니다.

북한 전투기에서 눈에 띄는 삼부자 독재 체제의 흔적은 붉은색 글자판뿐만이 아니다. 전투기에 따라 왼편에 ‘로력영웅 금메달’ 문양을, 오른편엔 ‘김일성-김정일주의 청년동맹’ 마크를 부착한 경우가 적지 않다. 로력영웅은 김일성이 혁명과 건설에 크게 이바지한 일꾼에게 주던 영예의 칭호로 지금까지도 수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일성-김정일주의 청년동맹은 북한 주민 중 만 14세부터 30세까지 모든 청년 학생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가장 큰 규모의 근로 및 사회단체다. 이 단체의 마크가 왜 전투기에 부착돼 있는지 알 수는 없으나 김일성 삼부자의 독재 체제 선전이 전술 운용보다 중요한 ‘절대 가치’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류효진 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11월 16일 원산갈마비행장에서 열린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비행지휘성원들의 전투비행술경기대회'를 참관하고 있다. 오른쪽 위편 붉은 원에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 로고'가 보인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11월 16일 원산갈마비행장에서 열린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비행지휘성원들의 전투비행술경기대회'를 참관하고 있다. 오른쪽 위편 붉은 원에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 로고'가 보인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전투기 옆면에 김일성 삼부자의 방문을 기록한 글자판과 로력영웅 금메달 문양이 부착돼 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전투기 옆면에 김일성 삼부자의 방문을 기록한 글자판과 로력영웅 금메달 문양이 부착돼 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북한 전투기 왼편과 오른편에 새겨진 '로력영웅 금메달'과 '김일성-김정일주의 청년동맹 마크' , 로력영웅은 혁명과 건설에 크게 이바지한 일꾼에게 김일성이 주는 영예칭호다.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공민 중 만 14살부터 30살까지 모든 청년 학생이 의무로 가입하도록 되어 있는 최대의 근로단체이자 사회단체이다. 한국일보 자료
북한 전투기 왼편과 오른편에 새겨진 '로력영웅 금메달'과 '김일성-김정일주의 청년동맹 마크' , 로력영웅은 혁명과 건설에 크게 이바지한 일꾼에게 김일성이 주는 영예칭호다.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공민 중 만 14살부터 30살까지 모든 청년 학생이 의무로 가입하도록 되어 있는 최대의 근로단체이자 사회단체이다. 한국일보 자료
도색 전(2015년 이전)의 북한 전투기. 꼬리쪽에 인공기 마크가 선명하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도색 전(2015년 이전)의 북한 전투기. 꼬리쪽에 인공기 마크가 선명하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2015년 김정은 참관 하에(오른쪽) 비행 시뮬레이션 훈련 중인 북한 공군 조종사. 조선중앙통신 영상 캡쳐
2015년 김정은 참관 하에(오른쪽) 비행 시뮬레이션 훈련 중인 북한 공군 조종사. 조선중앙통신 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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