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후 국가 과제, 여권 혼자 못 풀어
선거서 이기든 지든 ‘진영 갈등’ 해소해야
김대중, 노무현 ‘국민통합’ 정신 이어가길
15일 치러지는 21대 총선에서 여당의 우세를 점치는 여론조사가 다수다. 코로나19가 창궐하던 두 달 전과는 판이한 양상이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과반은커녕 제1당도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코로나 위기 대응 능력을 인정받은 덕분이지만 여당으로서는 지옥에서 천당으로 올라간 기분일 게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 세상이 달라질 거란 예측처럼 총선 전과 후의 국정 운영은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여권이 선거에서 지면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이기더라도 지금까지의 국정 운영 방식으로는 달라진 세상을 견인해 나갈 수 없다. 코로나 종식과 그 이후의 국가적 과제는 문재인 정부의 남은 2년을 힘들게 만들 것이다. 좋든 싫든 ‘레임덕 없는 최초의 정부’가 될지도 모른다.
국가적 과제 해결의 가장 큰 걸림돌이 우리 사회의 극단적 진영 논리라는 데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거의 없다. 문제는 정치권의 사생결단식 권력 다툼이 이를 조장하고 강화한다는 데 있다. 코로나 사태만 봐도 보수 야당은 한 번도 현 정부의 성과를 인정한 적이 없다. 아직도 정부의 방역이 실패했다고 주장하고, “TK의 희생이 정부에 훈장을 달아줬다”고 강변한다. 전 세계 어느 야당도 정부의 코로나 대응에 발목 잡는 나라는 없다. 여당은 이런 보수 야당을 아예 상종할 가치가 없다고 대놓고 무시한다.
정치 수준을 코미디로 격하시킨 비례 위성정당 사태도 진영 대결의 파생물이다.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 창당에 ‘도둑질’이라고 비난하던 민주당은 판세가 불리하게 돌아가자 진흙탕에 뛰어들었다. 그러면서 내놓은 명분이 “문 대통령 탄핵을 막기 위해서”다. 현실적으로 탄핵안 국회 통과가 불가능한데도 표를 얻으려 진영 결집을 부추긴 셈이다.
지난 총선에서 균열 징후가 뚜렷했던 지역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게 만든 것도 거대 양당이다. 현재 판세로는 미래통합당의 TK 석권, 민주당의 호남 싹쓸이가 굳어지는 모양새다. 대구 신천지 사태 때 광주와 대구 시민이 보여 준 ‘달빛동맹’의 정신을 정치권이 훼손하고 있다. 지역주의는 진영 논리의 쌍생아다.
코로나 이후 맞닥뜨릴 세상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자유무역과 집단 안보를 축으로 해 온 세계 정치경제 질서의 대전환이 불가피하다. 노동시장의 지각 변동이 예상되고 공공정책의 패러다임 전환도 요구된다. 식량 주권과 자원 민족주의 대두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런 미증유의 사태를 여권 혼자서 헤쳐 나갈 수는 없다. 정치권은 물론 국가 전체가 힘을 모으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보수와 진보 진영의 첨예한 대립을 풀 수 있는 사람은 문 대통령뿐이다. 취임사에서 문 대통령은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바꾸겠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그 후 보여 준 모습은 그렇지 않았다. “조국 전 장관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한 것처럼 진영 갈등을 방관하거나 일면 조장한 측면도 없지 않다.
선거가 끝나면 문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야당을 끌어안는 것이다. 민주당이 설혹 단독 과반수를 얻는다 해도 독주 체제로 가려 해서는 안 된다. 21대 국회는 협치와 통합, 연대를 기치로 삼는 국회로 만들어야 한다. 협치를 기반으로 한 ‘대연정’을 추구했다 좌절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못다 이룬 꿈을 실현시킬 기회로 삼아야 한다.
IMF 국가 부도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에 오른 김대중은 ‘통합의 정치’만이 국가가 살 길이라고 여겼다. “물가는 오르고 실업도 늘어날 것입니다. 소득도 떨어지고 기업의 도산도 속출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지금 땀과 눈물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김 대통령의 간절한 호소와 통합의 리더십은 외환 위기 극복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김대중, 노무현의 뜻을 이은 문 대통령이야말로 사회 통합, 국민 통합이라는 역사적 소명을 부여받았다. 문 대통령이 약속한 대로 ‘분열과 갈등의 정치’ ‘분열과 증오의 정치’를 끝장내야 한다. 총선 후는 ‘대통령의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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