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레터] 방송 3사 역대 최다인 70억원 들여 명예회복 벼르는데
어느덧 다가온 4ㆍ15 국회의원 총선거. 이날 가장 긴장되는 순간은 아마 투표가 끝나고 지상파 3사의 총선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는 오후 6시15분일 겁니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은 물론이고 수많은 국민들은 TV 앞에서 숨을 죽이고 KBSㆍMBCㆍSBS 지상파 3사의 총선 출구조사 발표를 기다리고 있을 텐데요. 각 정당의 선거캠프에 주요 당직자들이 모여 있다가 출구조사 결과를 보고 두 팔을 번쩍 들어 만세를 부르거나, 어두운 표정으로 한숨을 쉬는 모습은 선거 날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죠.
그 동안은 오후 6시에 발표했던 출구조사 결과는 오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15분 늦춰졌는데요. 투표하려는 자가격리자들이 오후 6시까지 투표소에 도착한 뒤 일반 유권자 투표가 끝난 뒤 투표에 들어가는데 이들의 투표에 출구조사가 영향을 줄지 모른다는 우려를 감안해 발표를 15분 미루기로 한 겁니다.
선거란 모름지기 투표함을 열기 전까진 모른다지만 출구조사를 보면 어느 정도 결과를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일 텐데요. 그렇다면 출구조사는 어떻게 이뤄지고, 또 방송사가 내놓는 출구조사 결과는 얼마나 정확할 까요. 그리고 이날 발표될 이번 총선 출구조사는 실제 선거 결과와 얼마나 맞아 떨어지게 될까요.
공동 조사인데, 방송사마다 예상이 다르다고?
“안녕하세요, 출구조사 나왔습니다.”
선거 당일, 투표를 마치고 나오다가 흰 모자를 쓴 조사원들에게 이 같은 부탁 받아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전국 투표소에 투입된 약 1만3,000여명의 조사원이 투표용지와 비슷하게 생긴 조사용지를 나눠주면 유권자가 본인이 투표한대로 표시한 다음 조사함에 넣는 무기명 비밀 조사방식이죠. 이 같은 출구조사는 총선 당일 오전 6시부터 마감 1시간 전인 오후 5시까지 진행됩니다. 그 이후엔 결과를 집계한다고 해요.
지상파 3사가 이번 총선 출구조사에 들이는 비용은 무려 72억원으로 역대 최대입니다. 전국 2,300개 투표소에서 투표자 60만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는데요.
그런데, 방송3사의 총선 예측은 이 같은 출구조사 결과를 그대로 발표하진 않습니다. 각종 여론조사와 여론의 흐름을 종합분석 해 최종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는데요. 방송3사가 공동으로 출구조사를 진행하는데도 방송사별로 발표하는 예상 의석에 차이가 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국내에서 출구조사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건 1990년대입니다. 1995년 치러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MBC와 한국갤럽이 선거 당일 오후 6시에 발표했던 투표자 조사를 그 시초로 보는데요. 당시 조사에서는 15개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의 당선자를 정확하게 맞혔다고 하네요.
총선 예측은 대부분 틀렸다고?
지금까지 대통령 선거의 출구조사는 단 한번도 당선자를 못 맞힌 적이 없어요. 지방선거 역시 적중률이 높죠. 그런데 총선은 다릅니다. 선거구 별 표본집단이 대선과 지선보다 적기 때문이라는데요. 대선에선 실패하지 않던 방송사 출구조사는 총선에선 15대(1996년) 이후 19대(2012년)까지 ‘5전5패’를 기록합니다.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175석)이 압도적인 과반을 차지하고, 새정치국민회의(71석), 자유민주연합(34석) 등의 예측치를 내놨으나 정작 신한국당은 139석에 그쳤습니다. 무려 39개 지역의 당락이 실제 선거 결과와 다르기도 했어요. 16대 총선도 마찬가지였어요. 21개 지역구에서 당선자 예측이 뒤집혔어요. 총선 다음 날, 방송사들은 사과를 해야 했습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선 정확도 확보를 위해 전 지역구에 조사원을 파견했으나 이번에도 엇나갔습니다.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이 비슷한 의석 수를 확보할 것이란 예측(민주통합당 128~150석ㆍ새누리당 126~151석)과 달리 실제 의석 수는 민주통합당 127석, 새누리당 152석으로 차이가 꽤 컸습니다.
20대 총선(2016년)의 경우엔 각 방송사가 아예 출구조사 의석 수 범위를 20석 이상으로 넓게 잡았어요.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였는데요. 그 덕에 결과가 범위 내에 있긴 했지만, 원내 ‘제1당’ 예측을 실패했어요. 당시 출구조사에선 방송3사 모두 새누리당이 제1당이 될 거라고 봤으나, 실제론 더불어민주당이 123석, 새누리당이 122석을 차지했죠. 사실상 6전 6패가 된 셈입니다. 물론 단 1석 차이인 만큼 예측이 어려웠을 겁니다. 게다가 이전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 새누리당의 우세를 점쳤기에 이 같은 출구조사 결과가 불가피했다는 분석도 있어요.
올해 총선 출구조사, 없을 뻔 했다고?
방송3사가 총선마다 들이는 공동출구조사 비용은 수십억원에 달합니다. 이번 총선에선 무려 72억원이 들어간다는데요. 20분 남짓의 출구조사 방송을 위해 웬만한 드라마 전체 제작비에 맞먹는 돈을 쓰는 거죠. 이렇게 돈은 많이 들어가는데, 적중하면 ‘본전’이고 자칫 조금이라도 틀릴 경우엔 비난이 쏟아집니다. 게다가 독점권도 보장되지 않아 다른 매체가 출구조사 결과를 받아쓸 수 있어요. 2014년 6ㆍ4 지방선거 땐 지상파 출구조사 무단사용 논란으로 JTBC와 소송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당초 이번 선거는 ‘출구조사를 하지 말자’고 방송 3사가 합의하기도 했다는데요. 김대영 KBS 선거방송기획단장은 지난 8일 KBS의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표방송 간담회에서 “시청자의 알 권리를 위한 비용이라고 (다른 방송사를) 설득했다”고 전했습니다. 관련기사: 72억원 들여 60만명 조사… 지상파3사 출구조사 적중할까
이번 총선 출구조사의 신뢰도 역시 그리 높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와요. 지난 10~11일 총선 사전 투표에 참여한 1,174만명(전체 유권자의 26.69%) 유권자들은 총선 당일 방송사의 출구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어요. 이번 총선 사전 투표율은 2016년 20대 총선 때(12.19%)보다 두 배 이상 높은 만큼 출구조사에서 누락되는 유권자 비율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 거죠.
환호와 탄식이 엇갈릴 15일 오후 6시15분, 과연 누가 미소를 짓게 될까요. 그리고 그 미소가 개표가 완전히 끝난 뒤에도 유지될 수 있을까요.
☞여기서 잠깐
사전투표는 왜 출구조사서 제외될까
방송사 출구 조사는 총선 당일인 15일에만 진행됩니다. 공직선거법은 출구 조사에 대해 “선거일에 투표소로부터 50m 밖에서 출구 조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여기서 ‘선거일’은 4월 15일 총선 당일만 해당하고 사전투표일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사전투표 출구조사 결과가 혹여 유출될 경우 본 투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데요. 사전투표일에도 출구 조사가 이뤄지려면 관련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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