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선 급행구간 멈추면서 출근대란
올들어 1호선 사고 잇따라
14일 오전 출근 시간대에 서울 지하철 1호선 전동열차가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탈선 사고로 경기ㆍ인천과 서울 북부를 횡단하는 1호선이 정체를 빚으면서 곳곳에서 출근길 대란이 벌어졌다. 사고 전동차가 24년 된 ‘노후열차’로 밝혀지면서 노후화로 인한 성능 저하가 사고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철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28분쯤 서울 지하철 1호선 용산행 급행전철이 영등포역을 출발해 신길역으로 향하던 중 열차 앞쪽 두 량이 궤도를 이탈했다. 사고 당시 열차엔 100여명의 승객이 탑승해 있었지만 다행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고 전동차에서 하차한 승객들이 300미터 떨어진 신길역까지 걸어서 이동한 뒤 한꺼번에 역사를 빠져나오면서 주변은 아수라장이 됐다.
탈선 사고로 오전 내내 1호선 전 구간이 전동차 운행에 차질을 빚어졌다. 1호선 급행열차 운행은 완전히 멈췄고, 일부 구간의 상하행선 일반열차도 지연 운행됐다. 급행열차가 멈춰서면서 인근 지하철역 사무실엔 지연증명서를 발급받으려는 직장인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출근길 교통 대란에 시민 불만이 쏟아졌다. 직장인 김선호(35)씨는 “1호선 사고 때문에 복구까지 한 시간이 넘게 걸릴지 모른다는 방송을 듣고 서둘러 뛰쳐나가 택시를 잡아탔다”며 “아침부터 큰 전쟁을 치른 기분”이라고 말했다. SNS엔 “1호선이 이렇게 붐빈 건 오랜만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어려우니 마스크와 소독제를 챙겨라” 등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경인선 급행열차는 사고 발생 10시간 만인 오후 4시반쯤 복구가 완료돼 운행이 재개됐다.
정부가 이날 사고원인 등에 대한 정밀조사에 나선 가운데 열차 노후화가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본보 취재결과 이날 탈선한 열차는 1996년 도입돼 올해로 24년된 노후열차로 확인됐다. 기대수명은 25년으로 교체를 1년 앞둔 상황이다. 코레일에 따르면 노후 전동차만 급행으로 편성해 동인천~서울 용산 구간에 투입하고 있다. 사고 현장에서 확인한 열차 상태 또한 외관 상태가 심각해 보였다. 차체 외관 곳곳이 벗겨져 있거나 균열이 가 있는 건 물론 삭아버린 차체에선 녹물이 흘러내려 ‘누더기’란 표현이 딱 어울릴 정도다.
올해 노후한 1호선에서 발생한 사고만 세 번째다. 지난 2월 14일 새벽엔 1호선 구로역에서 선로 보수작업을 하던 정비 차량 한대가 궤도를 이탈하는 황당한 사고도 발생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1호선은 최초로 개통이 된 전철이라 시설이 오래돼 지속적으로 개량을 한다”면서 “경부선과 경인선은 열차 운행 횟수가 많아 사고나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1호선 탈선 사고에 이어 1호선 창동역에서 30대 남성이 투신해 사망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날 오전 11시 14분쯤 1호선 도봉구 창동역 인천방향 승강장에서 A(39)씨가 선로에 뛰어들어 진입 중이던 전동차에 치어 숨졌다. 1호선 창동역 승강장에는 스크린도어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민자역사 개발계획이 잡혀 있는 창동역은 국토교통부의 스크린도어 설치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으로 확인됐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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