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육류공장 셧다운, 농산물 수출 제한 확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각국이 인적ㆍ물적 교류를 차단하면서 글로벌 식량 공급망에도 적잖은 충격이 가해지고 있다. 미국에선 대형 육류공장이 잇따라 가동을 중단하면서 육류 파동 우려가 현실화했고, 일부 국가들이 식량 수출을 제한하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식량 위기도 거론되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13일(현지시간) 육가공 대기업 스미스필드가 종업원 3,700명 중 300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우스다코타주(州) 수폴스 공장을 전날 폐쇄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식량 공급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보도했다. 이 공장이 문을 닫은 뒤 미국 내 일일 돼지고기 공급량이 5% 가량 줄었다.
앞서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도 “카길ㆍ샌더슨 팜스ㆍJBS SA 등 육가공 기업들이 코로나19 환자 발생으로 공장을 멈추거나 가동 범위를 줄였다”면서 “식량 공급망의 취약성과 근로자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카길의 펜실베이니아주 육류 포장 공장에선 160명 이상이, JBS SA의 콜로라도주 웰드 카운티 공장에선 50명 이상이 각각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노동집약적인 농업과 식품업은 코로나19 예방 차원의 이동제한 조치로도 이미 큰 충격을 받아 왔다. 국가봉쇄령이 내려진 인도에선 곡물을 도시로 옮길 수 없게 된 농민들이 수확한 농산물을 버리거나 가축 사료로 쓰고 있다.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의 국가봉쇄령으로 채소ㆍ계란ㆍ닭고기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외국인 노동력 의존도가 높은 유럽과 미국 농가는 입국제한 조치에 발목이 잡혔다. 미국 농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농가 일손의 20%는 임시비자를 지닌 외국인 노동자들이었다. 에티오피아ㆍ소말리아 등 동아프리카 지역에 이어 인도ㆍ파키스탄에서도 메뚜기떼 출몰로 하루 3만5,000명분의 농작물이 사라지고 있지만 해당국 정부나 농민들은 사실상 이를 방치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농업과 식품업이 압박을 받자 일부 국가는 수출 제한에 나섰다. 세계 3위 쌀 수출국인 베트남은 지난달 24일 쌀 수출을 중단했다가 이달 들어 재개했지만 지난해보다 규모를 40% 줄였다. 러시아ㆍ벨라루스ㆍ카자흐스탄 등 옛 소련권 5개국은 다른 나라들에 대한 채소류와 곡물 수출을 6월까지 금지했다. 캄보디아는 5일부터 쌀과 수산물 수출을 중단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등 일부 식량 수입국들은 대규모로 식량을 비축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수출 제한 등의 움직임은 농산물 수입 비중이 큰 아프리카ㆍ중동 지역 국가들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전 세계 식량 수요와 공급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취약 계층과 식량 공급망을 보호하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식량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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