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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약이 코로나19 감염에 취약? 학문적 근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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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약이 코로나19 감염에 취약? 학문적 근거 없다”

입력
2020.04.21 05: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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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일석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 

 3040 고혈압, 빨리 치료할수록 효과 높아 

 혈압은 아침ㆍ저녁 하루 2번 측정이 좋아 

손일석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고혈압이 고령인에게만 주로 나타난다고 여겨 젊은 고혈압 환자들의 경우 인지율은 물론 치료율과 조절률도 낮은 등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고 했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손일석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고혈압이 고령인에게만 주로 나타난다고 여겨 젊은 고혈압 환자들의 경우 인지율은 물론 치료율과 조절률도 낮은 등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고 했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30~40대 고혈압 환자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60세 이상 고혈압 환자는 본인의 고혈압을 대부분 알고 있고 치료율과 조절률도 높다. 하지만 30~40대 고혈압 환자의 절반 이상은 고혈압 진단ㆍ치료를 받지 않고 조절률도 매우 낮다.

손일석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대한고혈압학회 홍보이사)를 만났다. 손 교수는 “30~40대 젊은 연령층의 고혈압 관리와 치료의 사각지대가 예상보다 넓고 과거보다 심각해지고 있다”며 “혈압계로 혈압만 측정해도 심장ㆍ뇌ㆍ혈관을 지키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혈압은 별다른 증상이 없는데 정말 위험한가. 

“고혈압은 수축기(최고)/이완기(최저) 혈압이 140/90㎜Hg 이상일 때를 말한다. 우리나라 고혈압 환자가 1,100만명을 넘어섰다. 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30세 이상 성인 가운데 고혈압 환자는 28.3%였다. 문제는 고혈압 진단을 받아도 별다른 자각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환자로 여기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혈압이 정상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인식에서다.

하지만 고혈압은 매우 위험하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세계질병부담연구에서 전 세계 사망에 대한 모든 위험 요인의 기여도를 평가한 결과, 고혈압이 20%로 1위였다. 고혈압이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이유다. 고혈압이 위험한 까닭은 높은 혈압 자체가 각종 장기에 치명적인 손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고혈압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신체 여러 곳에서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국내외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혈압이 20/10㎜Hg 높아질 때마다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두 배씩 높아진다. 반대로 혈압이 조금만 떨어져도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이 상당히 떨어진다. 수축기 혈압이 2㎜Hg 낮아질 때마다 관상동맥 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은 7%, 뇌졸중에 의한 사망 위험은 10%씩 감소한다.”

 -혈압을 잴 때마다 수치가 다르게 나타나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혈압이 측정 장소나 환경, 신체 상태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혈압을 잴 때마다 수치가 다르게 나타나기에 고혈압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때는 ‘백의(white coat) 고혈압’이나 ‘가면(masked) 고혈압’인지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백의 고혈압은 실제 혈압은 정상인데 의사를 만나면 긴장과 스트레스 때문에 혈압이 상승하는 것을 뜻한다. 가면 고혈압은 실제 혈압은 높지만 진료실에서는 막상 정상 수치가 나오는 것을 말한다.

병원에서 잴 때 혈압이 높다고 해서 고혈압이 아닐 수도 있고, 반대로 정상 수치가 나왔다고 해도 정상 혈압이 아닐 수 있다. 실제 고혈압 환자 가운데 진료실과 가정에서 혈압 차이가 클 때가 있어 가정 혈압을 잘 재는 것이 중요하다. 가정용 혈압계를 이용해 아침에 일어났을 때와 잠들기 전, 각각 1~2회씩 혈압을 측정하는 것이 기본 수칙이다. 최근 일정한 간격으로 측정한 혈압이 꾸준히 135/85㎎Hg를 넘는다면 진료를 받을 것을 권한다.”

 

 -30~40대 고혈압 환자가 날로 증가하는 추세인데. 

“나이가 많을수록 고혈압일 가능성은 높지만 고혈압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 국민건강영양조사 제7기(2016~2018년) 내용을 분석한 결과 노년층에서는 고혈압 관리가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 70세 이상에서 고혈압 인지율이 2007~2009년 77.6%에서 2016~2018년 87.6%로 향상됐고, 같은 기간 치료율은 73.5%에서 84.5%로, 조절률은 49.4%에서 60.3%로 높아졌다. 반면 40대에서는 인지율이 47.7%에서 44.8%로 줄었고, 치료율은 38.8%에서 38.2%로, 조절률은 27.9%에서 29.1%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30~40대 고혈압 환자의 병 인지율이 10%에 불과한 데다 치료율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이는 고혈압이라도 별다른 증상이 없는 데다 아직 젊은 나이여서 별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으로 여겨서다. 게다가 젊은 고혈압 환자가 취업 준비, 바쁜 직장 생활 등으로 고혈압을 외면하는 원인도 크다.

그렇지만 젊은 고혈압 환자일수록 빨리 혈압 관리를 하면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이 훨씬 줄어든다. 역학 연구 결과, 수축기(최고) 혈압이 20㎜Hg 낮아지면 70대에서는 뇌졸중 사망률이 50%, 관상동맥질환 사망률이 40% 줄어들지만 40대에서는 뇌졸중 사망률이 64%, 관상동맥질환사망률이 51%까지 감소한다.”

 -코로나19 감염에 영향을 미친다고 해서 고혈압 약을 중단하는 사람이 있는데. 

“고혈압 환자가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것은 사실이다. 노인 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고혈압 약 가운데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 혹은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 계열은 안지오텐신전환효소(ACE2)를 상승시킬 수 있다. 이 효소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작용에 필요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사람에게 알려진 유해한 임상 연구 결과나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대한고혈압학회를 비롯한 유럽이나 전 세계 학자들이 ‘학문적 근거가 없으므로 복용 중인 약을 중단할 이유가 없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여러 학자가 국내 임상데이터를 준비 중에 있다.”

 -고혈압을 줄이기 위한 생활수칙은. 

“평소 과도하지 않은 적절한 운동, 짜고 기름지고 단 음식 섭취 제한, 금연, 절주, 체중 조절, 스트레스 해소 등 생활요법을 잘하면 혈압을 추가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어 약 복용량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정상 혈압(120/80㎜Hg 미만)과 고혈압(140/90㎜Hg 이상) 사이에서는 생활요법을 잘 실천하면 정상 혈압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고혈압 예방을 위한 7가지 생활수칙>(자료: 대한고혈압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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