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민감한 현안들 줄줄이 대기
총선 때문에 잠시 묻혀 있던 민감한 실물경제 현안들이 정치권 재편과 함께 수면 위로 재부상할 전망이다. 대부분 논란이 팽팽한 만큼 산업계 곳곳에서 이해관계자들 간의 첨예한 갈등이 잇따라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먼저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논란. 시계만 총선 이후로 돌려놓았을 뿐 여전히 시한폭탄이다. 당장 한국수력원자력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 공개가 도화선이 될 게 분명하다. 작년 9월 국회는 한수원이 2018년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조기 폐쇄를 결정하면서 경제성을 축소 평가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요청했다. 그런데 감사원은 “내용이 복잡하다”는 이유로 결과 발표를 차일피일 미뤄 총선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감사원이 월성 1호기 폐쇄 결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린다면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는 갈등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사용후핵연료와 신한울 3·4호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월성 원전에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맥스터)을 짓기로 결정했는데 정부는 지역주민 의견 수렴 필요성을 들어 건설을 미루고 있다. 학계와 원전업계는 기존 시설 포화가 코 앞이라며 재촉하지만, 지역주민과 시민단체는 건설 백지화를 주장한다.
건설이 보류된 신한울 3·4호기는 3년째 방치돼 있다. 학계와 업계는 원전 기술 확보를 위해서라도 건설을 재개하자며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렸으나, 정부는 건설 취소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공사비와 인건비 등 1,777억원을 투입한 한수원은 기업들과의 법적 분쟁을 우려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원전 이슈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음 정권이 또 모든 문제를 떠안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통신업계에선 여당의 총선 1호 공약인 ‘공공 와이파이 구축’이 논란이 될 전망이다. 이 공약은 2022년까지 5,780억원을 들여 전국에 공공 와이파이 5만3,000여개를 구축, 이동통신 상품에 가입할 필요 없이 버스, 터미널, 박물관 등에서 무료로 와이파이를 쓰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데이터 사용 패턴이나 와이파이 수요 분석이 빠진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사 와이파이는 지자체 요청에 따라 공공용으로 바꿀 수 있다”며 “와이파이 개수만 내세우는 건 통신비 절감 실효성이 낮다”고 꼬집었다.
정치권이 택시기사들의 ‘100만 표심’을 잡기 위해 무리하게 통과시켰다는 비판을 받는 ‘타다 금지법’ 이후 모빌리티 지형 재편도 관심거리다. ‘1강’ 카카오모빌리티는 자본의 힘으로 택시업체들을 인수하며 영역을 넓혀가고 있고, 군소 스타트업들은 대책을 고심 중이다.
그간 지체됐던 두산중공업과 쌍용자동차, 아시아나항공, 이스타항공 등 기업들의 구조조정ㆍ인수합병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금융당국 입장에선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조건으로 해당 기업을 지원하더라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여당에 유리한 수혜성 지원’ 등의 비난을 의식하고 있다. 공공성이 강한 기간산업을 지키면서도 부실 경영에는 책임을 묻는 묘수를 찾아야 하는 게 금융당국의 고민인 형국이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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