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5 총선 압승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이낙연 상임공동선대위원장과 이해찬 대표 등 지도부는 15일 오후 덤덤한 표정으로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봤고, 밤늦게 당선자 이름 위에 스티커를 부착하면서도 웃음을 보이지 않았다. 비례정당 포함 180석 확보가 확실해진 16일 오전 대한민국미래준비선거대책위원회에서도 참석자들의 밝은 표정은 볼 수 없었다.
민주당은 선거 기간 내내 표정 단속에 힘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대내외적으로 호평을 받고 일찌감치 민주당의 우세가 점쳐지는 상황에서 자칫 ‘오만함’으로 비쳐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15일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도 당직자들에게 ‘오만한 모습을 보이지 말자’는 지침까지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에서 승리하더라도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표정 관리의 사령탑은 이낙연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었다. 이날 막상 민주당의 승리를 예측한 투표 결과가 나오자 상황실에 모인 당직자들 사이에서 박수와 환호가 나왔다. 그러자 맨 앞줄에 앉아 있던 이낙연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두 손으로 자제를 부탁하는 제스처를 취했고 분위기는 금새 차분해졌다. 당 지도부와 당직자들은 이후 덤덤한 표정으로 개표 결과를 지켜봤다.
이 위원장은 서울 종로 지역구에서 당선이 확실해진 이날 저녁 선거사무소를 찾았을 때도 최대한 엄중한 표정을 유지했다. 선거 캠프 관계자도 취재진에게 “내일(16일)이 세월호 참사 6주기이기도 하니 이 위원장이 와도 환호와 악수는 자제해달라”고 미리 안내하는 등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미래준비선거대책위원회에서 이 위원장과 이해찬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침착하고 겸허한 모습을 보였다. 회의에 앞서 세월호 6주기 추모 묵념을 하고 허리를 굽혀 국민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 뒤쪽엔 ‘국민의 뜻을 받들어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걸려 있었다.
류효진 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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