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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세력과 갱단이 코로나 방역 앞장… “선의일 리 없다” 경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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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세력과 갱단이 코로나 방역 앞장… “선의일 리 없다” 경계론

입력
2020.04.20 04: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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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간 탈레반 자체 의료팀 운영… 멕시코 마약조직은 식료품 공급이탈리아 마피아 빈곤층 대출 움직임… “세력 확산 노림수” 분석 

아프가니스탄 무장반군조직 탈레반의 포로 수감자들이 8일 카불 북부 바그람교도소에서 석방 절차를 밟고 있다. 카불=로이터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무장반군조직 탈레반의 포로 수감자들이 8일 카불 북부 바그람교도소에서 석방 절차를 밟고 있다. 카불=로이터 연합뉴스

세계 곳곳의 무장세력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와중에 ‘방역 파수꾼’을 자처하고 나섰다. 취약 지역에 의료팀을 보내고 식료품 등 필수물자를 지원하는가 하면 정부의 통금 조치를 돕기까지 한다. 표면상 선의로 해석될 여지가 없지는 않지만, 정부의 부실한 보건ㆍ방역 역량의 틈을 비집고 세를 확장하려는 일종의 선전 행위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19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무장반군조직인 탈레반은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자체 의료팀을 동부 와르닥주(州)에 파견했다. 또 최근 이란에서 해당 지역으로 입국한 전원에 대해 자가격리토록 했는데, 이는 유증상자만 자가격리하는 아프간 정부의 대응보다 훨씬 강화된 기준이다. 에스마툴라흐 아심 와르닥주의원은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탈레반의 자가격리 조치가 정부보다 낫다”면서 “모든 차를 세우고 일일이 탑승객들에게 코로나19 예방법을 알릴 만큼 홍보ㆍ교육활동도 뛰어나다”고 평했다. 미 국무부도 트위터에서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탈레반의 노력을 환영한다”고 치켜세웠다.

중남미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멕시코에선 마약범죄조직들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고려해 식료품 등을 제공하고 있다. 서부 미초아칸주에서 지난주 범죄조직 ‘로스 비아그라 카르텔’이 음식이 담긴 비닐봉지를 현지인 수백 명에게 나눠주는 동영상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브라질과 엘살바도르에선 정부의 치안력이 닿지 않는 지역에서 갱단이 시민들의 이동제한 조치 준수를 관리ㆍ감독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반다 펠밥브라운 연구원은 “정부가 행정력이 닿지 않는 외곽지역에 대해 범죄집단에 정책 집행 등을 ‘하청’ 주는 방식은 20여년 전부터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코로나19 방역 파수꾼을 자처하는 목적은 명확하다. ‘정부보다 낫다’는 평가를 업고 영향력을 넓히겠다는 심산이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탈레반의 감염병 대응에 대해 “‘부패한 정부보다 공정하고 신속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지켜내는 본인들의 역량을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사라 파킨슨 존스홉킨스대 교수도 WP 인터뷰에서 “정부가 (코로나19 국면에서) 시민들을 돕지 못하다 보니 무장세력이 자신들의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촌평했다.

하지만 이런 일시적인 평화 상태가 오래 가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갱단이 주민들의 식량 배급을 돕고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치안위원회 소속 제이피 스미스 위원은 영국 BBC방송에서 “길게는 수십 년간 주민을 볼모로 삼고 갈취했던 갱단이 갑자기 선행을 한다고 이들을 용납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지원을 빙자해 경제적 탈취를 시도한다는 우려도 있다. 이탈리아 팔레르모시의 레오루카 오를란도 시장은 마피아가 취약 계층에 대출을 해주거나 현금을 제공하려는 등의 움직임을 거론하며 “마피아가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타격을 입은 빈곤층의 절박함을 악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제분쟁 전문 연구기관인 국제위기그룹(ICG)의 멕시코 전문가 팔코 에른스트는 “그들(무장세력)의 노력에는 명백한 긴장감이 드러난다”며 “이들이 내민 손은 다른 방도가 없는 사람들에게 결국은 최악의 해결책이 될 뿐”이라고 말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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