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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사색]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준비하자

입력
2020.04.19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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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결과 소수세력 목소리 더욱더 약해져

위성정당 금지 등 연동형비례제 보완해야

기후위기, 신자유주의 지구화 등 고민해야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한민국 미래준비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총선 승리 국민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한민국 미래준비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총선 승리 국민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역시 문재인 정부는 운이 좋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사태와 황교안에서 차명진으로 이어진 막말 시리즈라는 ‘야당 복’ 덕분에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다. 선거는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설립으로 민주화 이후 최악의 선거로 전락했지만, 결과는 최악은 피한 셈이다. 그러나 거대 양당의 독점은 오히려 심화됐고 소수세력은 더욱 배제되고 말았다. 거대 정당의 독점을 완화하기 위해 선거법을 개정했지만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정당 지지율에서 거대 양당은 70% 정도의 지지를 받았지만 의석은 94%를 차지해 지난 국회의 82%에서 오히려 독점률이 높아졌다. 반면에 사실상 유일한 ‘원내 진보 정당’인 정의당은 지난번의 6%에서 상당히 오른, 근 10%의 지지를 받았지만, 의석수는 2%에 그쳤다.

당장 정치권이 할 일은 두 가지이다. 위성정당을 금지하고 비례를 늘리는 등 현재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손봐서 제대로 된 연동형으로 만들어야 한다. 준연동형 도입에 반대했던 미래통합당 등을 중심으로 선거가 엉망이 된 것은 준연동형 탓이라며 옛날로 돌아가자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독일 등 선진국의 대부분은 연동형을 도입하고 있으면서도 잘 운용하고 있다. 이를 악용한 거대 양당이 문제일 뿐 연동형은 죄가 없다. 사실 제대로 된 연동형을 도입했다면, 미래통합당은 20석 미만으로 졌을 뿐 지금처럼 참패하지 않았다. 선거제도에 대한 무지에서 참패를 자초한 것이다.

두 번째는 코로나19 대책이다. 물론 방역과 경제사회적 부작용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단기대책을 넘어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이제 우리의 삶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으며, 인류사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거대 정당들은 위성정당 만들기, 보유세 완화라는 역행적인 공약 등에 바빠서 인류사적 재앙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전혀 이야기하지 않았다. 우리는 기후위기로부터 신자유주의적 지구화 등 이번 사태의 배후에 있는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야 한다. 사스, 메르스, 에볼라 등 연이은 전염병이 보여 주듯이 이번 일은 환경파괴에 의해 예정된 것이었다. 코로나19는 환경파괴, 기후위기에 의한 인류 멸망, 지구 멸망에 대한 최후의 경고이다. 따라서 녹색경제와 생태적 삶에 대한 근본적인 전환에 나서야 한다.

지구화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지구화는 단순히 ‘코로나균의 지구화’를 가져온 것이 아니다. 이번 사태는 그동안 우리가 싼 노동을 찾아 공장을 저개발국으로 옮기는 등 경제를 지구화한 것이 얼마나 문제가 많은가를 생생하게 보여 줬다. 세계가 중세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무분별한 지구화는 다시 생각해야 한다. 특히 그동안 개방형 통상국가를 추구해온 우리에게 이번 사태는 엄청난 경제적 타격을 주고 있다. 물론 부존자원이 없고 국내시장이 협소한 우리에게 다른 대안은 어렵겠지만, 이에 대해서도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야 한다. 최소한 무분별하게 생산시설을 해외로 옮기는 것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 일본은 중국에 나간 공장들이 돌아오는 경우 비용의 3분의 2를 지원해 주기로 했다. 이번 사태는 의료 등 국가와 공공부문의 중요성을 확인해 줬다는 점에서, 홍준표가 도지사 때 밀어붙였던 경남의료원 폐쇄 등 시장 만능의 신자유주의를 반성하고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코로나균 앞에서 인류는 평등하다지만 피해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사각지대에 버려진 이들을 위해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 방역을 위한 개인동선 파악 등은 ‘사이버감시체제’ ‘사이버전체주의’에 대한 우려를 가져오고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이것들만이 아니라 전통적인 근무 형태 등 당연시해 온 우리 삶의 기본적인 양식들을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승리에 취해 있지 말고 시급한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전환을 위한 국민적 논의에 나서야 한다.

손호철 서강대 명예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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