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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 제4 정당 살리자” 외치더니… 거대 양당 꼼수에 군소정당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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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 제4 정당 살리자” 외치더니… 거대 양당 꼼수에 군소정당 몰락

입력
2020.04.20 04: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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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변화, 코로나 총선 이후] <2> 한층 멀어진 다원주의

유럽식 연동형 비례대표 거론했지만 위성정당 셈법으로 결국 무력화

무너진 제3지대 수습 쉽지 않아… “왜곡된 선거제도 재논의” 목소리

4.15 총선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초등학교 2층 체육관에서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투표소 설치작업 후 기표용구를 살펴보고 있다. 배우한 기자
4.15 총선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초등학교 2층 체육관에서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투표소 설치작업 후 기표용구를 살펴보고 있다. 배우한 기자

4ㆍ15 총선이 참칭(僭稱)한 것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여야의 시작은 비장했다. 국회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공직선거법 개정을 의논했다. ‘더 공정한 룰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각오였다. 유럽식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모델로 거론됐다. 온갖 대안과 수정안이 오갔지만, 이해관계 셈법이 덧칠된 끝에 선거법 개정은 용두사미가 됐다.

미래통합당은 개정 선거법을 무력화할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했고, 더불어민주당도 더불어시민당 참여로 가세했다. 민주당의 자회사를 자처하는 열린민주당도 등장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오명을 쓰고 말았다.

이번 총선 결과는 ‘비례성’과는 거리가 멀다. 민주당이 더불어시민당을 통해 얻은 정당득표율은 33.3%에 그치지만, 확보 의석은 180석(60%)이다. 통합당(미래한국당)의 정당득표율은 33.8%, 확보 의석은 103석(34.3%)이다. 정의당의 정당득표율은 9.67%, 의석은 6석(2%)이다. 지역구 의원 253명을 지역구별 특표 1위 후보에게 배정하는 ‘승자독식 소선거구제’에선 예상된 결과다. 이 격차를 줄이기 위해 민주당 주도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지만, 민주당과 통합당이 위성정당으로 그 효과를 무력화고 말았다.

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거법 개정은 제3, 제4의 정당을 살리자는 취지였는데,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들은 오히려 양당에 몰표를 던지고 지역주의적 양극화도 커졌다”며 “양당이 이를 조장해 제도 취지를 훼손한 면이 있다”고 했다.

민주당과 옛 바른미래당, 정의당 등이 지난해부터 추진한 선거법 개정의 취지는 사표(死票)로 돌아가는 민의를 줄여보겠다는 것이었다. 사표를 줄여 국회의 대표성을 높이고, 정당득표율과 의석 수를 연동시켜 비례성을 높이겠다는 두 목표가 골자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학계, 시민단체, 여야에서 다양한 안이 쏟아졌다. △비례대표 의원을 100~150명으로 크게 늘리거나 △중ㆍ대선거구제를 도입해 국회의원의 지역 대표 의미를 희석하거나 △각 정당 확보 의석 수를 정당 득표율에 곧바로 연결시키거나 △지역구 제도의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비례대표를 확대하기 위해 의원 정수를 330~360명까지 늘리는 방안 등이 거론됐다. 하지만 논의는 덜컥댔다. 지역구 축소ㆍ폐기에 반대하는 현역 의원, 대안 없이 선거제 개정 자체를 반대하는 통합당 등을 의식해 논의가 원점으로 후퇴했다.

선거제 개정 논의가 가진 태생적 한계도 있었다. 애초에 개헌 논의와 맞물리지 않은 채 대통령제 아래서 국회만 다당제로 가는 게 바람직하냐는 지적이 거듭됐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선거제를 고칠 생각이었다면 이원집정부제로 개헌을 하든 전체 의석 수를 조정하든 근본적 논의가 맞물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거제 논의 결과는 ‘총 의원 300명 중 지역구 253석ㆍ비례대표 47석’을 그대로 둔 채 연동률 50%를 비례대표 30석에만 적용하는 개정 선거법의 통과였다. 통합당과 민주당이 편법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소수 정당은 벼랑 끝에 내몰렸다.

선거 국면에서 ‘제 3지대의 존재’는 자취를 감췄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들이 만들어 준 다당제의 기반을 지난 4년간 멋대로 양당제로 되돌려 놓은 것이 현 정치권”이라며 “선거제만 바꾼다고 해서 3당, 4당의 부활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했다. 박상병 평론가 역시 “국민의당이나 민생당이 질 때 지더라도 감동적으로 졌다고 보기 어려운 상태라 제3지대의 빠른 복원은 쉽지 않은 상태”라며 “누가 제3지대 영역을 수습해 나갈지 역시 큰 숙제”라고 했다.

21대 국회는 선거제를 바로잡을 수 있을까. 임성호 교수는 “청와대와 여당은 권력 누수를 막기 위한 드라이브를 걸고, 야당은 정권 탈환을 위해 강공을 펴면 협치는 희망 속에서만 존재하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양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의 임명을 앞두고 위성정당을 교섭단체로 활용할 수 있다는 구상을 공연히 밝히고 있는 마당이다. 21대 국회에 각자 ‘위장 야당’을 두겠다는 속내다.

이에 국회가 말 그대로 ‘정치 개혁’의 고민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 다원주의 국회로 가는 첫 단계로 꼽힌다.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소장은 “적어도 민주당은 현 결과에 대해 누구 탓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국회 구성을 민심 구도를 정확히 반영하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 기형적으로 왜곡된 선거제도를 초심으로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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