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때리고 편들고… ‘중국 책임론’ 놓고 파워게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병한 중국을 향해 미국은 때리고 러시아는 편들면서 강대국 간 파워게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이 연일 ‘중국 책임론’을 거론하며 시비를 걸자, 러시아는 2차 대전 당시 힘을 합쳐 일본과 싸운 것을 거론하며 중국을 노골적으로 두둔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와 관련해 “중국에게 고의적 책임이 있다면 확실히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감염자 수가) 미국이 가장 많은 게 아니라 중국이 더 많다”며 중국 통계의 신뢰성을 깎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그들은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고하지 않았다”며 “중국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 폭스뉴스가 15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에서 유출됐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당일엔 “매우 철저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힘을 보태더니 이틀 후엔 “(의혹이) 타당해 보인다”고 한 발 더 나아갔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미국은 우한 실험실에 직접 출입할 수 있어야 한다”며 중국을 자극했다.
불똥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로 튀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은 (코로나19 사태에서) 투명하고 개방적이며 적절한 방식으로 자료를 처리하는 데 실패했다”며 “여러 나라가 화웨이 통신망을 거부할 새 이유를 찾게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에 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6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바이러스 진원지 문제를 놓고 중국을 먹칠하려는 시도를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20일 “중국이 전염병 저지를 위한 탁월한 조치로 세계인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데 공헌했다”고 말한 데 이어 이번엔 미국의 ‘우한 바이러스’ 주장을 직접 겨냥한 것이다.
안드레이 데니소프 주중 러시아대사는 한 술 더 떴다. 그는 17일 중국어로 공개한 영상메시지에서 “2차 대전 때처럼 중국과 러시아는 손을 맞잡고 공동의 적과 싸우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2월 장한후이(張漢暉) 주러 중국대사가 “2차 대전 당시 중국군과 민간인은 구 소련과 함께 일본 침략자들에 맞서 싸웠다”고 말한 데 대해 적극 화답한 것이다.
러시아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내달 9일 열려던 전승절 행사가 연기돼 푸틴 대통령이 체면을 구긴 터라 중국과의 밀월 관계를 부각시켜 충격을 최소화해야 하는 처지다. 또 코로나19 감염자가 3만명을 넘어서면서 이달에만 중국으로부터 48톤의 의료물자를 지원받는 등 중국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