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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포스트 남ㆍ원ㆍ정 어디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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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포스트 남ㆍ원ㆍ정 어디 없소”

입력
2020.04.21 04: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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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박근혜 대표의 이념적 편견은 병(病)이다.”

2006년 한나라당(미래통합당 전신) 재선 의원이었던 원희룡 현 제주지사가 당시 당 대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 공개적으로 날린 직격탄이다. 박 전 대표의 위세와 팬덤이 대단할 때였다. 원 지사를 포함한 ‘남ㆍ원ㆍ정(남경필 전 경기지사ㆍ원 지사ㆍ정병국 통합당 의원) 트리오’는 당의 쇄신을 가로막는 사람이면 누구든 거침없이 비판했다. 대안 없이 비판만 한다는 쓴 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젊고 기운찬 기개를 지닌 사람들로 이루어진 파’, 즉 소장파의 본분을 다했다. 당시 남 전 지사는 41세, 원 지사는 42세, 정 의원은 48세였다.

이후 소장파는 서서히 소멸했다. ‘남원정’은 나이 들었고, 새로운 ‘남원정’은 등장하지 않았다. 4ㆍ15 총선 참패로 휘청거리는 통합당을 구할 리더십으로 ‘포스트 남원정’을 기다리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40대 기수론’을 띄웠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1970년대 후반에 태어난, 혁신할 수 있는 자질을 가진 사람이 튀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을 맡으면 개혁적 신인들을 당의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40대인 김세연 통합당 의원도 ‘830세대(1980년대생ㆍ30대ㆍ2000년대 학번)’를 중심으로 한 당내 주류 교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3040 세대가 남원정의 소장파 전통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통합당의 청년 기준인 ‘만 45세 미만’에 해당하는 예비 초선 의원은 김형동(45ㆍ경북 안동ㆍ예천) 정희용(43ㆍ경북 고령ㆍ성주ㆍ칠곡) 황보승희(43ㆍ부산 중ㆍ영도) 김병욱(42ㆍ경북 포항ㆍ울릉) 배현진(36ㆍ서울 송파을) 당선자 등이다. 그러나 전체 지역구 당선자 84명 중엔 극히 적은 숫자다. 더구나 대부분 영남에 지역구를 두고 있어 당의 주류 영남 중진 의원의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문제는 통합당에 개혁적 토양이 갖춰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1인 보스 중심의 계파 정치가 한동안 계속된 탓에 개별 의원들은 계파의 구성원 역할에 그쳤다. 어쩌다 영입된 청년 인재는 ‘누구의 키즈’ 같은 딱지가 붙은 채 당의 젊은 이미지 제고를 위한 장식품으로 활용되곤 했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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