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서 한국ㆍ베트남 국제교류전… 일단 온라인 개막
충남 공주 백제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알록달록한 유리구슬의 유리 착색제 성분을 분석해봤더니 태국 중부 깐짜나부리주 송토(Song Toh) 광산에서 나온 납이 포함돼 있더라는 연구 결과가 공개된 적이 있다. 이미 고대부터 한반도와 동남아시아 간 교류가 이뤄졌다는 가설을 밑받침하는 증거였다.
당시 백제가 납만 들여와 유리구슬을 만들었는지 완성된 제품을 수입했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다만 정황으로 미뤄보면 완제품 장신구가 수입품일 개연성도 충분하다. 성분과 형태, 색상 등이 마한ㆍ백제 권역에서 발굴된 것들과 아주 유사한 유리구슬에, 이걸 만드는 데 필요한 다양한 광물이나 가공 도구까지 발견되는 고대 동남아 국제 무역항 유적이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정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옥에오’(Óc Eo)다.
그동안 세계 해양문화를 소개하는 전시를 꾸준히 기획해 온 전남 목포 소재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이번에는 옥에오 문화를 국내에 선보인다. 베트남 옥에오 문화유적관리위원회, 한성백제박물관, 대한문화재연구원 등과 함께 마련한 한국ㆍ베트남 국제교류전 ‘베트남 옥에오 문화- 고대 해상 교역의 중심 옥에오’를 21일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추세가 아직 진정되지 않은 만큼 일단 연구소 누리집과 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을 통해 동영상을 제공하는 식의 온라인 개막부터 했지만,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방침에 따른 휴관 조치가 해제되면 전시관을 개방한다는 방침이다. 전시는 6월 28일까지 이어진다.
옥에오는 중국 사료에 등장하는 부남국(扶南國) 항구 도시로 추정된다. 부남국은 오늘날 베트남 남부, 캄보디아, 태국, 말레이반도, 미얀마 등 지역에서 1~7세기 번영했던 동남아 초기 국가다. 옥에오 문화는 당시 베트남과 캄보디아 남부 메콩강 삼각주 지대에서 동ㆍ서양 해상 교역을 중개하며 번성했던 고대 문화를 가리킨다.
전시는 3부로 나뉜다. 제1부 ‘베트남 남부의 옥에오 문화’로 시작해 2부 ‘해상 교역의 중심, 옥에오’, 3부 ‘옥에오 사람들의 삶’으로 이어진다.
1부에서는 옥에오의 문화 특징 및 유적 발굴 역사가 소개된다. 옥에오 유적은 프랑스 국립극동학원 소속 고고학자가 1943년 발견한 뒤 현재까지 발굴이 진행되고 있다. 유적은 150여 곳이며, 주거지와 제의 시설이 주로 나타났다.
2부는 바닷길을 통한 동ㆍ서 교역로의 중간 기항지로서 중국, 페르시아, 인도, 로마 등의 상인과 물류가 모여들었던 옥에오의 무역항 면모를 집중 조명한다. 핵심 교류 대상은 인도다. 힌두교 사원, 간다라 조각, 초기 인도 문자와 힌두교 도상(圖像)을 새긴 금판과 도장 등이 출토됐다.
옥에오는 가공무역에도 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이 지중해, 인도, 동남아 등지에서 수입한 원료를 가공해 만든 제품을 수출한 것 같다는 게 전문가들의 추측이다. 유리구슬도 수출품 중 하나였을 공산이 크다. 유리뿐 아니라 금, 수정, 마노, 석류석 등으로 만든 목걸이나 팔찌 등이 많이 나와 ‘장신구의 황금 시대’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3부에선 옥에오 사람들의 주거와 생산 기술, 종교ㆍ신앙, 장례 문화 등을 엿볼 수 있다. 옥에오 사람들은 지붕이 지면과 떨어진 고상가옥(高床家屋)에서 살았고, 힌두교와 불교를 믿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동식 화로와 항아리, 냄비 같은 일상용품과 토기 제작 도구, 신상(神像) 등이 전시를 통해 공개됐다.
일부 유적에서는 화장된 어린이의 뼈를 담은 토기 항아리(옹관)가 출토됐는데, 사람 얼굴이 새겨져 있다. 인면문 옹관이 동남아에서 출토된 건 옥에오가 처음이다. 구멍으로 눈ㆍ코ㆍ입ㆍ귀를 표현했다. 옆뿐 아니라 바닥에도 구멍을 뚫었는데, 여기에는 바닥 구멍으로 영혼이 드나들고 사후 삶이 영원하다고 믿은 옥에오인들의 관념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연구소 관계자는 “부남국과 한반도 간 관계를 조명해 아시아 해상 교류사에 대한 이해를 도우려는 게 전시 기획 취지”라며 “베트남과의 우호가 깊어지고 해양문화유산 연구와 문화 교류가 활발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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