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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야수는 여전히 살아있다

입력
2020.04.22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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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19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 브리핑에서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의 영상을 보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19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 브리핑에서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의 영상을 보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21일 시작된 프로야구 연습경기에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경기는 생중계됐고 치어리더도 나와 흥을 돋웠다. 선수들은 오랜만에 만난 적수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관중석만 텅 비었지 열기는 뜨거웠다.

스포츠가 다시 열리고 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로 프로야구는 어린이날 개막을 확정했고, 프로축구도 5월초 개막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무관중이라 경기장을 직접 찾진 못하지만 경기가 살아난 것만으로도 반갑다. 드디어 코로나 블루를 씻어줄 몰입과 환호의 장이 펼쳐진 것이다.

지난 몇 달간 전세계는 대부분의 스포츠가 멈춰진 미증유의 시간을 보냈다. 사라진 스포츠 대신 날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치솟는 공포의 레이스만 바라봐야 했다. 신천지발 코로나19가 폭발하고 우방이라 여긴 국가들이 앞다퉈 빗장을 걸었을 때, 우린 모멸감에 치를 떨었다. 하지만 원망의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유럽과 미국 등에서 뒤늦게 코로나19가 폭발하면서, 국가별 확진자 수 비교 차트에서 한국은 점차 밀려나더니 금세 순위 밖으로 떨어졌다.

한국의 확진자 수는 19일에 이어 21일에도 한 자리 수로 떨어졌다. 코로나 곤욕을 치르고 있는 세계는 방역 모범국 한국을 입이 마르도록 칭송한다. 전국적인 봉쇄조치나 이동제한 없이 개방적이고 투명한 대처로 통제했기 때문이다. 의료진과 방역당국의 헌신과 성숙한 시민의식이 빚어낸 성과다. 손흥민, 류현진, 방탄소년단, 봉준호 감독 등 세계를 놀라게 한 슈퍼스타들이 있었지만 국가의 시스템이 이렇게 높이 평가 받았던 적이 있나 싶다.

하지만 잘 막은 줄 알았다가 다시 확산된 싱가포르 사례에서 보듯 바이러스는 언제 다시 폭발할지 알 수 없다. 질병관리본부가 계속 경각심을 불어넣는 이유다.

세계경제는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아 휘청거리고 있다. 코로나보다 굶는 게 더 무섭다며 시위대가 몰려 나오기도 한다. 미국의 확산세가 다소 주춤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활동 재개를 촉구했다. 이에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야수(코로나19)는 여전히 살아있고, 우린 야수를 아직 죽이지 못했다”며 “야수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맞받아쳤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지난주 우리를 놀라게 한 또 다른 수의 레이스는 4ㆍ15 총선이다. 밤새 엎치락뒤치락 했던 개표 결과는 설마했던 유시민의 예언을 현실로 만들었다. 180석을 거머쥔 여당은 이제 거침없이 내달릴 강력한 동력을 얻었다.

여당 스스로도 다시는 오기 힘든 기회라는 걸 안다고 했다. 2004년 총선 과반을 얻고도 지리멸렬했던 열린우리당의 전철을 다시 밟지 않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코로나 방역처럼 경제위기에서도 능력을 보여줘야 할 시간이다. 외부의 적도, 핑계거리도 사라졌다. 20대 국회 사사건건 가로막고 발목을 잡던 야당의 방어력은 이제 도로 방지턱 수준으로 낮아졌다. 사뿐히 타고 넘으면 그뿐이다.

문제는 거대해진 자기 자신이다. 엄중한 도전 앞 우왕좌왕 헤맬 시간이 없다. 코로나 이후 세상은 달라질 거라고 한다. 대전환의 시기는 위기이자 기회다. 방역에서 보여준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대응으로 포스트 코로나의 키를 쥘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민심의 파도는 다시 크게 출렁일 것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재난지원금을 둘러싸고 당정의 불협화음이 거세다. 한시가 급하다는 재난지원금 처리도 이 모양인데 과연 코로나의 위기를 제대로 뚫고 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거대 권력에 취해 나태해지거나 괜한 분란을 일으키고, 작은 욕심들만 챙기려 든다면 열린우리당 시절의 내부 분열과 무능, 구태 등의 야수들이 다시 스멀스멀 기어나올 것이다. 코로나의 각성이 희미해질 때 야수는 다시 살아난다.

이성원 스포츠부장 sung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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