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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이탈하는 대학가 표심… 정당투표선 보수가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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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이탈하는 대학가 표심… 정당투표선 보수가 앞서

입력
2020.04.24 04: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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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통합당 득표율 차 줄어

진영 논리보다 ‘이슈 보터’ 성향

조국 사태•청년 실업 등 영향 분석

서울대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지난해 9월 9일 오후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총학생회가 주최한 '제3차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에 참가해 촛불을 밝히고 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서울대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지난해 9월 9일 오후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총학생회가 주최한 '제3차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에 참가해 촛불을 밝히고 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20대 유권자는 진보 정당을 지지한다’는 통념은 4ㆍ15 총선에서도 빗나갔다. 본보가 23일 서울 시내 10개 대학의 기숙사ㆍ원룸촌이 형성된 11개 동(洞)의 투표 성향을 분석한 결과,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득표 격차가 4년 전 20대 총선 때보다 줄었다. 민주당 득표는 감소하고 통합당 득표는 증가한 결과다.

20대 총선에선 서울 선거구 49곳 중 35곳을 민주당이, 12곳을 새누리당(통합당 전신)이, 2곳을 국민의당이 각각 확보했다. 21대 총선에선 민주당이 41곳을 사실상 싹쓸이했고 통합당은 8곳을 얻는 데 그쳤다. 서울의 전체 표심이 민주당으로 쏠렸지만, 대학가 민심은 거꾸로 간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11개 동의 민주당(51.1%ㆍ6만 1,024표)과 통합당(43.2%ㆍ5만 1,585표)의 득표율 격차는 7.9%포인트였다. 20대 총선 때 11개 동의 양당 격차(10.6%포인트)보다 좁혀졌다. 당시 민주당 득표는 48.5%(5만 4,926표)였고, 통합당 득표는 37.9%(4만 2,884표)였다. 이번 총선에서 서울 선거구 48곳의 득표율은 민주당이 52.8%, 통합당이 42.5%로, 격차는 10.3%포인트였다.

정당 투표에선 통합당 쏠림이 더욱 도드라진다. 11개 동에서 미래한국당(통합당의 비례위성정당)은 31.9%를 득표, 29.5%를 얻은 더불어시민당(민주당의 비례정당)보다 2.4%포인트 앞섰다.

11개 동은 20대 거주자 비율이 높은 서대문구 신촌동ㆍ연희동ㆍ북아현동(연세대ㆍ이화여대), 성북구 안암동(고려대), 마포구 신수동(서강대), 종로구 혜화동(성균관대), 동대문구 회기동ㆍ이문1동ㆍ전농2동(경희대ㆍ한국외대ㆍ서울시립대), 성동구 사근동(한양대), 동작구 흑석동(중앙대) 등을 대상으로 했다. 관악구 신림동(서울대)은 김대호 관악갑 통합당 후보의 중도 사퇴로 제외했다.

동별로 보면 신촌동의 변화가 눈에 띈다. 이곳의 20대 거주자 비율은 36.3%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다. 연세대가 있는 서대문갑 선거구에서 민주당 우상호 당선자와 이성헌 통합당 후보 간 득표율 격차는 지난 총선(우상호 58.6%, 이성헌 32.9%)에선 25.7%포인트였지만, 이번 총선에선 5.4%포인트로 크게 줄었다. 전농2동의 경우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에 21.2%포인트나 앞섰지만, 이번엔 민주당 장경태 당선자와 이혜훈 통합당 후보의 격차가 6.3%포인트에 불과했다.


20대가 민주당에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는 건 20대 남성 표심에서 두드러진다. KBSㆍMBCㆍSBS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을 찍은 전국의 20대 남성 유권자는 47.7%로, 모든 연령대 중 60대 이상 남성(31.8%) 다음으로 낮았다. 반면 통합당에 투표한 20대 남성은 40.5%로, 50대 남성(40.1%)보다 통합당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가 민주화 운동 세대로 불린 시절엔 진보 정당에 표를 몰아주는 성향을 보였지만, 이제는 선거 의제에 따라 표심을 결정하는 ‘이슈 보터’로 자리매김 했음을 보여 준다. 20대는 공정의 가치를 중시하는 세대다. 지난 해 조국 사태로 문재인 정부가 불공정 논란을 초래한 것이 20대의 표심을 바꾼 것으로 해석된다. 극심한 청년실업으로 인한 20대의 정부 견제 심리도 작용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23일 “극심한 경쟁사회에서 성장한 20대는 게임의 룰에 굉장히 민감하다”며 “조국 사태에서 진영 논리만 펼친 민주당을 이번 총선에서 심판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국 고려대 교수는 “양극화가 고착화된 사회에서 성장한 20대는 사회에 대한 분노가 강한데, 현 정부가 청년실업을 해결하지 못하자 다른 정당에 표를 던진 것”이라고 풀이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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