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수 끝에 진보진영 첫 부산시장 자리 꿰찼지만
“불필요한 접촉 있었다” 성추행 인정하며 사퇴
23일 사퇴 의사를 밝힌 오거돈 부산시장은 보수 텃밭인 부산에서 처음으로 탄생한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광역단체장이다. 1995년 지방선거가 도입된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 등의 끊임없는 도전에도 부산은 오 시장 이전까지 단 한차례도 진보 진영의 인물들에게 단체장 자리를 넘겨주지 않았다.
오 시장은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서병수 후보와의 ‘리턴매치’에서 승리했다. 부산시장에서만 세 번째 쓴 잔을 마시고 4번째 도전에 이르러서야 거머쥔 당선이다. 오 시장은 2004년(재보궐선거)과 2006년 열린우리당 후보로 부산시장에 출마했으나 허남식 전 부산시장에게 연거푸 패배하는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첫 패배 후에는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냈고 두 번째 패배 후에는 해양대 총장을 지내며 다음 선거를 준비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무소속으로 나서 서병수 새누리당 후보와의 엎치락 뒤치락 승부 끝에 1.31%포인트 차이로 졌다. 당시 안철수 의원은 그를 만나 새정치연합의 부산시장 후보로 나설 것을 요청했으나, 오 시장은 “특정 정당 후보보다는 범 야권의 지지를 받는 무소속 시민후보로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심지어 새누리당에서도 선거를 앞두고 오 시장이 1, 2위 지지율을 보이자 당 내에서 영입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오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 사람과 5분 정도의 짧은 면담 시간 동안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다”면서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오 시장은 4수 끝에 맞이한 부산시장 당선 순간 “일할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격스럽다. 부산시민들의 승리다. 지방권력을 교체해 줘서 고맙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자신의 과오로 지지해준 이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2018년 7월 민선7기 시장으로 취임한 지 1년 9개월 만의 일이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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