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성장률 쇼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내수 위축이 주 요인이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경기 위축은 이제 시작일지 모른다. 코로나19 충격이 지구촌을 뒤덮은 2분기가 세계 경제의 진짜 빙하기라는 전망이 높기 때문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로서는 “2분기 이후가 더 두렵다”는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1분기 성장세 지탱했던 수출
23일 한국은행이 분기 성장률로는 11년 3개월만에 가장 낮은 전기 대비 -1.4%의 1분기 경제성장률을 발표하자마자, 정부와 민간기관들은 “2분기가 더 암울할 것”이란 예상을 쏟아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2분기부터 실물ㆍ고용 충격이 확대될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1.2%로 낮추면서, 특히 2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4.3%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예상이 나오는 것은, 우선 역설적으로 우리 경제의 1분기 수출이 예상보다 양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잠시 이어진 반도체 가격 회복의 영향일 뿐, 2분기부터는 수출이 하향세로 접어든다는 게 정부와 한은의 예상이다.
홍 부총리는 “작년 말부터 잠시 이어졌던 투자ㆍ수출 회복세가 1분기 성장세 둔화를 다소 완충해 준 면이 있다”고 말했고,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도“1분기 수출이 선방했다는 평가는 반도체 수출 증가 때문인데, 이전 수출 계약이 1분기까지 지속된 데 따른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2분기 역성장 폭이 올해 성장률 좌우할 것”
2분기에는 세계경제 위축으로 우리 수출도 부진이 불가피하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경제권에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이를 막기 위한 강제격리 조치(록다운)도 5월까지 지속돼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국가의 경제활동은 더 위축된 상태다. 한국 혼자 물건을 만들어도, 막상 팔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인 셈이다.
이날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이 공개한 일본, 호주,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의 4월 구매관리자지수(PMI) 속보치에 따르면 서비스업 PMI가 대부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PMI는 각 기업체의 구매 담당자가 보는 경기전망을 나타내는 수치로, 낮을수록 경제활동이 위축될 것임을 암시한다.
다만 1분기에 극도로 위축됐던 국내 민간소비는 2분기부터 일부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방역 체계를 보였고, 미국ㆍ유럽 같은 전면 통행제한 조치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고용 충격은 경기 충격보다 후행하는 경향이 있고, 빠른 회복도 어렵기 때문에 고용 충격이 가계소득 감소로 이어져 다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2분기 역성장의 골이 깊을수록 올해 한국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은 높아진다. 박양수 국장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내놓은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 -1.2%는 장기간 성장이 저조한 ‘L자형’ 시나리오를 상정한 것”이라며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은 2분기 역성장의 폭이 얼마나 될 것이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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