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계열 물류기업 판토스
2월부터 TSR 서비스 조기 운항
중국횡단철도 운송 차질 대체
“코로나 위기로 신규 루트 기회”
지난 2월 초, 해상 운송으로 체코 수출을 준비했던 디스플레이 제조업체 A사엔 비상이 걸렸다. 중국에서 출항해 부산에 들러 A사의 화물을 싣고 유럽으로 가려던 선박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에서 발이 묶였기 때문이다. 수출 지연 걱정에 애를 태웠던 A사는 때마침 LG그룹 계열의 물류기업 판토스가 시베리아횡단철도(TSR)로 화물 운송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소식에 시름을 덜었다. A사는 판토스의 도움으로 적시에 화물을 보내면서 막대한 손실도 피할 수 있었다.
조기 운행에 들어간 판토스의 TSR 운송 서비스가 국내 수출 기업들의 활로를 열어주고 있다. 그 동안 유럽 지역 등의 철로 운송에 활용됐던 중국횡단철도(TCR)가 코로나19로 운영에 차질을 빚는 바람에 TSR이 대체 노선으로 이용되면서다.
26일 판토스에 따르면 러시아를 가로질러 유럽까지 직행하는 TSR 철로로 2월부터 15차례에 걸쳐 약 600FEU(40피트 컨테이너 600대)의 화물을 운송했다. 지난 2개월 반 동안 판토스는 이를 통해 약 30억원의 추가 매출을 올렸다. 판토스 관계자는 “주1회 블록트레인(논스톱 화물 급행열차)을 운행하는 정기 서비스가 안정화했다”며 “향후 화주가 늘수록 경제성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판토스의 TSR 서비스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인근 보스토치니 항구에서 출발해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 동유럽까지 화물을 보낸다. 거리만 약 1만1,000㎞에 달한다. 이를 위해 판토스는 지난 1월14일 러시아 물류기업인 트랜스컨테이너로부터 국내 TSR 운송 독점 공급권을 확보했다. 당초 하반기 이후로 예상됐던 이 서비스의 상업화는 코로나19로 TCR의 운영에 차질이 생기자, 판토스측에서 운영 시점을 앞당기면서 조기에 개통됐다. 2월 한 달 간 판토스가 TSR로 운송한 물동량은 224FEU로, TCR(272FEU)과 견줄 만했다. 판토스 관계자는 “상업화가 5개월가량 앞당겨지면서 매출이 예상보다 빨리 발생했다”며 “이미 한·중 국적의 10여개 기업을 중장기 고객사로 확보했다”고 말했다. 중국에 생산거점이 있는 기업들이 유럽으로 화물을 보내는 경로는 주로 해상과 철로인데, 이 가운데 철로 부문에서 판토스의 TSR이 코로나19로 차질을 빚은 TCR을 대신하고 나선 셈이다.
판토스가 TSR로 운송하는 주요 품목은 자동차 배터리 셀과 부품, 전자제품, 자동차 부품 등이다.
특히 온도 조절까지 가능한 특수 컨테이너를 채용한 판토스의 TSR은 폭발 위험 탓에 TCR에선 운송되지 못했던 배터리 셀도 실어 나를 수 있다. 운임은 선박보다 다소 높지만, 운송 기간이 짧다. 동유럽까지 해상 운송이 35~40일 걸리는 데 비해 TSR은 20여일만에 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북방 지역에서 국내 기업이 화물 유치부터 운송까지 자체 역량으로 정기 서비스를 운영하는 건 처음”이라며 “코로나19 영향으로 기존 물류 체계에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신규 루트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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