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 주 애틀란타의 돈 브롤리(Don Brawley)는 평범한 웹디자이너 겸 소프트웨어 개발자였다. 80년대 조지아대 재학 시절 그의 낙은 친구들과 플로리다 키스 해안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 거였다. 그는 해가 다르게 죽어가는 산호초와 해양 서식지 파괴를 안타까워했다.
물고기들의 인공 서식지인 어초(魚礁)에 착안한 그는 산호 포자의 서식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독자적인 연구에 몰두했다. 자연 산호의 산성도에 맞춘 천연 시멘트에 군데군데 구멍을 뚫은 반구(半球)형 ‘영원한 산호초(Eternal Reefs)’를 개발, 특허를 얻었다. 바닥을 납작하게 만든 것은 조류에 떠내려가지 않고 해저에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도록 하기 위해서였고, 구멍들을 낸 것은 작은 물고기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1992년 비영리 ‘산호 볼 재단(Reef Ball Foundation)과 ‘산호 볼 개발그룹(RBDG)’을 설립했다. 최근까지 그는 약 70여 개국 해안에 70만여 개의 산호 볼을 뿌렸다.
그의 프로젝트는 장인인 칼턴 글랜 팔머(Carleton Glen Palmer)의 유언, 즉 자신의 유해를 산호 볼 시멘트에 섞어 바다에 놓아 달라는 당부 덕에 전기를 맞이했다. 팔머는 “내가 죽은 뒤 주변에 물고기들이 노니는 것보다 더 멋진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다만 붉돔과 농어(grouper)들이 많은 곳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브롤리는 장인의 화장한 유해를 산호 볼 10개로 제작, 1998년 5월 1일, 붉돔이 유난히 많이 서식한다는 플로리다 사라소타(Sarasota) 해안에 뿌렸다. 그렇게 팔머는 ‘영원한 산호 볼’이란 이름처럼, 산호초로 영원히 남게 됐다.
수많은 이들, 환경운동가와 어부, 선원, 다이버들이 그 ‘멋진 영생’의 소식을 듣고 브롤리를 찾아왔다. 자신들도 팔머처럼 숨진 뒤 외롭지 않기를, 주말마다 친구와 자녀들이 산소통을 매고 찾아와 곁에서 노닐며 자신들을 기억해 주기를 원하는 이들이었다. 덜 마른 콘크리트 산호 볼에 추모의 글을 새기고, 손자국을 남기고, 기념품을 꽂는 이들도 생겨났다. 그들은 매장 비용을 재단에 기부했다. 그의 ‘산호 볼’ 사업은 이웃 캐나다까지 알려져 나날이 번창하고 있고, 해양 생태계도 딱 그만큼 희망을 얻고 있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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