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27일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광주로 출발했다. 지난해 3월 11일 광주지법에 출석한 후 13개월 만이다.
전씨는 이날 오전 8시25분쯤 검은 중절모에 마스크를 쓴 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부축을 받지 않고 두 발로 걸어서 대문 앞으로 나서는 등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다. 전씨는 지난해 3월 이후 재판부에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그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대문 앞으로 나선 전씨는 취재진과 시민단체 회원 등으로 어수선한 골목 상황을 잠깐 둘러본 후 아무 말 없이 부인 이순자씨와 함께 에쿠스 차량에 올랐다.
이날 연희동 전씨 자택 앞 골목은 아침 일찍부터 광주로 향하는 전씨를 보기 위해 몰려든 진보와 보수 시민단체 회원들과 취재진 100여명, 질서 유지를 위한 경찰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5ㆍ18 관련 단체 회원들은 전씨 자택 앞에서 구호를 외치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고, 맞은편에 자리한 보수단체 회원들은 ‘5ㆍ18 유공자 명단 공개’ 등을 확성기로 외치며 맞불 집회를 열었다.
전씨는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고(故) 조비오 신부의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이 거짓이라고 주장하며 조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기소됐다. 새로 바뀐 재판부가 지난 6일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전씨의 재판 불출석 허가를 취소함에 따라 출석 의사를 밝혔다. 전씨 측은 부인 이씨를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법정에 동석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재판부에 신청했다.
지난해 3월 법정 출석 당시 주변 도움 없이 혼자 걸어서 법원으로 들어선 전씨는 발포명령자가 누구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왜 이래”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법정에서 헬기사격을 부인하고 조는 모습까지 보이면서 전씨는 광주 시민과 5ㆍ18 유족 등의 공분을 샀다.
전씨의 재판은 이날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다.
홍인기 기자 hongi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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