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27일 광주 땅을 다시 밟았다. 자신의 회고록(전두환 회고록)과 관련한 사자명예훼손 사건 재판에 피고인으로 광주지법 법정에 서기 위해서다. 지난해 3월 11일에 이어 두 번째다.
전 전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19분 검은색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광주지법 뒷문을 통해 법원 청사에 들어선 뒤 법정동 앞에 도착했다. 앞서 오전 8시25분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출발한 지 3시간50여분 만이다.
전 전 대통령은 마스크를 쓴 채 다소 느릿한 몸짓으로 차량에서 내린 뒤 경호원의 손을 붙잡고 법정동 쪽문을 통해 법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어 부인 이순자씨도 경호원의 경호를 받으며 청사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전 전 대통령은 “죄가 아주 많습니다. 사람이 많이 죽었는데 왜 책임지지 않습니까”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지난해 3월 첫 재판 당시 “5ㆍ18 당시 발포 명령(내린 것)을 부인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왜 이래”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던 때와는 달랐다. 광주지법에 도착한 전 전 대통령 부부는 법정동 1층 검색대를 통과한 뒤 곧바로 2층 증인지원실로 향해 휴식을 취했다.
전 전 대통령이 법원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정문에 있던 소복 차림의 5ㆍ18 유족 30여명은 법정동 앞으로 몰려와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법정동 진입을 시도하다가 경찰에 막히자 “전두환은 사죄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20여분간 항의 시위를 벌였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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